한국일보

법정에 비치는 한인사회의 변화

2008-09-1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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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중돈(법정통역)

10년 전 한국에 IMF 사태가 터졌을 때 경제의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많은 한인들이 미국으로 몰려온 적이 있었다. 이 때 온 한인들의 대부분은 계획한 이민들이 아니고 눈앞에 닥친 어려움을 견디기 어려워 우선 먹고 사는 방편으로 미국으로 들어온 일종의 유민들이라 할 수 있다.

거의가 이렇게 무작정 미국으로 온 처지이다 보니 마땅한 직장이 있을 리 없었고 체류자격 조차 일시 방문비자 아니면 불법 입국 형편이다 보니 마음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 사는 사람들이라 가족관계에서도 원만하지 못해서 부부싸움이 잦았고 부부싸움 끝에 가정폭행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어 형사법정에 입건된 한인들도 놀라울 정도로 많았다.


이 때의 한인들의 가정폭행 사건으로 재판에 회부되는 사건의 수를 정확히 통계를 내어본 적은 없으나 퀸즈형사법원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한인들의 가정폭행 사건이 없는 날이 없다고 느낄 만큼 이 때에는 한인들의 형사사건의 주류가 가정 폭행사건이었다.가정 폭행 사건 이외에 또 다른 특징은 부지기수로 몰려오는 매춘녀들이 있었다. 이 때 이들의 사연인즉, 한국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러시아 매춘여성들이 대거 몰려 들어와 한국의 매춘시장을 거의 잠식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이들의 미국 밀입국 송출을 전문으로 맡아 해주는 국제 밀입국 조직이 침투해 있어 쉽게 미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이들 조직을 통해서 이미 일하는 직장까지 알선해 주는 일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몰려온 매춘녀들 때문에 2000년대 초반에 퀸즈지역의 매춘시장은 한인여성들로 주류를 이루는 전성기가 있었다.이런 한인사회의 모습이 지난 10년 동안에 많이 바뀌고 있다.IMF 때 몰려든 많은 사람들이 결국은 자리를 잡게 되었고 경제적 여건이 좋아지면서 가정폭행사건도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그 중에서도 특기할 만한 사건은 2년 전 플러
싱에서 이민국과 FBI, 그리고 퀸즈검찰청 및 경찰의 합동작전으로 대대적인 매춘조직 단속이 있었다. 이 때 체포된 많은 매춘녀들은 바로 이민국이 직접 개입한 단속이었기 때문에 대부분 추방조치를 당했으며 이 사건 이후로 한인 매춘녀들은 거의가 뉴욕을 떠나버렸고 지금은 한국여인의 매춘사건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지난 10년 동안에 형사사건의 동향을 통해서 본 한인사회의 변화는 주류를 이루던 가정폭행사건이 거의 사라지고 변함없이 그 수위를 유지해 오는 음주운전 사건만이 끈질긴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음주운전 사건은 경제적 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뚜렷한 원인을 찾기 어렵지만 시간이 갈
수록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음주운전 사건은 각 언론을 통해서 그 심각성이 수없이 논의되어 오고 있고 경찰에서도 전례없이 단속을 하고 있는데 한인들의 사고(思考)가 잘못 되었는지 그 수가 도무지 줄어들지 않는다. 이는 필경 한인들의 술 마시는 특성, 즉 술 문화가 변하지 않는 한 계속되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생긴 새로운 사건의 한 부류는 기러기 가족에서 생긴 사건들이 적지 않다. 부부가 딴 살림을 하면서 살다 보니 아무래도 부작용이 따르게 마련일 것이다. 최근 2년만에 부인과 딸을 만나러 온 기러기 아버지가 부인에게 이미 다른 남자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가정이 파탄이 난 경우가 있었다.금년들어 불경기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면 가정문제가 많이 발생한 것을 IMF 시절에 겪어 보았지만 같은 이유에서인지 최근에 또 다시 가정폭행사건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한다. 또 같은 연유로 가정법원에 입건되는 미성년자 관련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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