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2008-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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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에어컨이 잘 나오는 사무실에서도 시원함을 느끼지 못한다. 예전엔 뜨거운 햇빛을 피해 그늘에만 들어가면 시원하게 느껴지던 이곳의 날씨가 변했나보다고 주위사람들에게 얘기했더니, 모두들 동감하는 눈치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가? 대기오염 때문인가?
곰곰히 생각해 보니, 이곳 여름날씨는 예전과 별 다르지 않은데, 불경기탓으로 더 덥게 느껴지는게 아닌가 싶다.
20년 넘게 부동산 회사를 운영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어본 전문가중의 전문가로서도 요즈음 같은 지독한 불경기는 처음이다. 부동산경기의 하락이 모든 경제 전반에 걸쳐 불황을 야기하고 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며, 부동산업과 연결된 수많은 업종이 심각한 수준에 있게 된것이다. 그러니 나에게 이번 여름 체감온도는 더 높을 수 밖에 없으리라.
게다가, 며칠전엔 둘째아들 녀석 까지 장학금 한푼 못받으면서 당당하게 사립대학으로 떠나서 야속하다. 은근히 등록금 싼 주립대학을 권했었는데… 일년동안의 성적을 보고 공부를 아주 잘하지 못하면 다음해 등록금을 주지 않을거라고 위협해 보았는데도 태평하다. 걱정조차 하지 않는다. 멋있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려는 찰라에 씨도 안먹히는 소리이긴 했다. 단단한 마음가짐을 다짐하기 위해 한 말이였는데, 섭섭해할까 한편으로는 걱정이다.
모든일은 다 때가 있는법. 지난 수년간의 부동산업계 불경기도 엄청 좋았던 호경기의 뒤풀이 수준 아니겠는가.
내 직업이 부동산업 임으로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내년 부동산 경기는 어떨것인가? 부동산 가격이 내년엔 올라갈것인가? 더 떨어질것인가? 지금이 살때인가, 팔때인가, 샤핑센터에 투자하는것이 좋은가? 임대용 아파트가 더 좋은 투자인가, 수입좋고 운영간단한 사업체는 없는지, 알고싶은게 많은 그분들에게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아주 난감할때가 많다. 전문가에게 묻는건데 전문가인 내가 대답이 궁하다. 개개인마다 상황이 다르고, 조언이 다르게 나올수 밖에 없다. 그래도 요즈음은 확신에 찬 음성으로 얘기할 수 있다. “내년 부동산 경기 전망은 좋아질것이며 지금보다 더 나빠지지 않을것” 이라고, 당신이 거주할 집이나, 당장 필요한 사업체 구입이나, 반드시 투자해야할 여유자금등이 있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때라고 과감히 얘기한다. 더 좋은 타이밍을 기다리다간 기회를 놓치고 늦을수 밖에 없다. 그리고 지금이 부동산 경기의 바닥이거나, 최소한 무릎 수준은 확실하다. 그리고 어떤 목적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느냐도 중요한 요소이다.
가령 내가 거주할 집이라면 가격이 조금더 떨어지던가, 조금 더 올라간들,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주거용 주택을 투자용으로 판단해서 투기 비슷한 투자를 한다면 상황이 다르다. 가격이 급격히 오르던 시절엔 주거용 주택도 투자용이 되었었지만, 지금은 그런때는 아니다. 한수 더떠서 거저 주울만한 은행차압된 물건 없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
투자 법칙상 당연한 요청이고 질문이지만 이럴때마다 좀 당황스럽다. 약간 싸게 나온 매물은 있을수 있지만 거저 주울만한 매물은 없다. 적절한 값을 치루고 투자할 생각을 갖은 구매자가 요즈음은 보기 드물다. 은행차압된 매물이라고 광고하면 상당히 많은 전화가 온다.
막상 부딪혀 보면 결코 싸지도 않은게 요즈음의 은행 매물이다. 은행은 은행대로 손익계산에 바쁘고 만만치 않다. 융자도 쉽지 않다. 주택은 물론 사업체 융자도 아주 까다롭다. 경기 좋을때는 돈 빌려가라고 아우성이던 은행들이 요즈음은 아예 문 걸어잠그고 융자 얘긴 꺼내지도 말라고 한다. 큰금액의 건축융자나 상업용 융자는 몰라도 작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 필요한 소액융자는 이럴때일수록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동포사회 작은 사업체들과 동포들의 예금과 대출로 성장해온 커뮤니티 은행 아닌가. 경기가 안 좋을때 대출해주기 꺼리는 은행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것은 아니지만, 커뮤니티 은행의 사명감을 갖고 있는 멋있는 은행은 없을까?
이래저래 이번 여름은 덥게 느껴진다.
비싼 등록금내는 사립대학으로 가버린 아들녀석도, 거저주울게 없느냐고 묻는 손님도, 잔뜩 몸사린 은행도 얄밉다.
어서빨리 모든게 사랑스럽게 보이는 때가 왔으면 좋겠다. 내년 봄쯤이면 하고 기대에 부풀어 본다.
(213)272-1234
정연중
Bee 부동산 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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