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정부와 불교계의 갈등

2008-09-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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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순 영(한미역사문제연구위원)

참여를 외친 노무현 정부가 386이란 일부 좌경세력들에게 둘러싸여 우왕좌왕으로 휘둘린 정부였다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6개월 동안의 한국정부는 총체적으로 ‘갈팡질팡’거리는 위기의 정부라고 국민이 인식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일본의 교과서 해설서의 독도 영유권 파동, 금강산 관광객 피살사건, 미국 지명위원회의 독도 표기 변경, 그밖에 크고 작은 혼란의 연속 속에 정치는 실종되고 가진 자와 없는 자들의 갈등은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 조국의 현실이 되어 안타깝기만 하다.


지구 전체에서 한 뼘보다 작은 나라가 우리가 태어난 조국이다. 조국이 겪는 혼란의 악순환 속에 중국 베이징에선 올림픽의 개최되고 세계 40억 인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올림픽 개·폐막식이 열렸다. 이번 중국의 올림픽 개·폐막식은 한 마디로 세계인을 전율케 한 대사건이었으며 세계를 향한 중국인들의 우렁찬 메시지였다.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은 종합순위 7위, 금메달 13개를 따낸 나라이면서도 웬지 기분은 개운치 않다. 이유는 주최국인 중국인들의 반한 감정을 받기도 했지만 중화민족주의로 뭉친 중국인들
의 이중성을 새롭게 보는 것 같아 놀라움이 크기 때문이다.

자기 나라 중국을 침략하고 남경 대학살을 자행한 일본에 대한 치욕의 역사를 잊어서인지 일본 선수에게는 열광적인 응원을 보내면서 유독 한국선수에겐 매몰차게 야유를 퍼붓는 중국인의 속내는 과연 무엇인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마음의 응어리가 지금의 내 심정이다.중국인들의 한국인 배척은 한국정부의 무능과 한인들의 교만성으로 인한 자업자득일 뿐이다.
지금의 중국은 15년 전 수교 당시의 중국이 아니다. 세계 정상 100여명을 한 자리에 불러모아 놓은 후주석의 오찬 자리에서 30분 이상 줄을 선 후에야 후주석과 몇 마디 인사를 나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세계화를 외치면서 중국이 한국 산업의 전진기지가 되어야 한다고 많은 시설재를 중국에 투자한 기업들이 줄줄이 도산되어 쫓겨나고 있는 현실 앞에 한국정부는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그 뿐인가. 한류의 열풍이 중국을 휩쓴다고 우쭐댔는가 하면 중국을 복음화시키겠다고 떠들썩했던 연예인과 기독교계는 왜 말이 없는지 묻고 싶다.
한국에서 일고 있는 독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일본에서 독도문제만 제기하면 온국민이 흥분해 떠들어대기 보단 삼국사기 신라에서부터 우리 땅으로 기록되어 있는 고지도나 문헌으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차분하게 가르쳐주는 여유를 보여주어야 한다.폭력시위로까지 번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가 진정되는가 싶더니 이번 서울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 27개 종단이 주최한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 불교도대회에 승려와 신자 20여만명이 운집, 서울광장과 도로를 가득 메운 집회가 벌어져 관심이 되고 있다.

종교 편향 문제가 불교계와 이명박 정부간의 대립으로 치닫는 양상 속에 이번엔 각설이 목사로 이름난 장경동이란 목사가 뉴욕 교계에 나타나 불교 비하 발언으로 불교계가 다시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불교계 사이의 갈등은 더 이상 확산되어서는 안된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성질의 갈
등은 더욱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기독교인들만이 뽑아준 대통령이 아님을 인식하고 불교계와의 갈등으로 더 이상 나라가 혼란을 겪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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