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칼럼/ 9.11의 충격, 그리고 한국인

2008-09-10 (수)
크게 작게
여주영(주필)

미국인들은 과연 지난 9.11 테러로 인해 받은 엄청난 충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한 개인이나 가정, 혹은 사회나 국가가 만일 9.11과 같은 충격을 받았을 때 그 충격을 잊지 않고 간직할 수있다. 그 국가나 사회, 혹은 개인이나 가정은 안전하게 발전할 수 있다.

9.11테러가 발생한지 벌써 7년, 아직까지 미국인들의 애절한 행사는 해가 갈수록 그 색깔이 더 진해지고 있다. 살얼음과 같은 테러의 위협 속에서 지켜지는 미국의 안전은 9.11과 같은 충격을 전 국민이 잊지 않고 그 충격을 자산으로 삼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점이 분명 우리 한국인과 다른 점이다. 독도는 대한민국에 소속된 우리나라 영토이다. 그런 땅을 일본은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서 어린 아이들에게도 먼 훗날 우리의 땅이라고 우기도록 교과서를 통해 가르친다. 이를 두고 한국의 국민들이 잘못됐다며 열을 내고 야단법석을 떠니 일본에서는 입가에 야릇한 미소를 띠우며 그냥 놔두라고 한다. 한국인들은 야단법석을 하다가도 곧 잊어버리고 마는 국민성을 지니고 있으니 염려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국의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우리에게는 국토를 침범한 것이나 다름없는 충격이다. 그런 엄청난 충격을 우리는 금방 잊어버리고 그 엄청난 충격이 남긴 교훈적 자산을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잃어버리고 만다. 불은 처음 붙었을 때 꺼야 잡히는 법이다. 그런데 우리는 불을 보고 소리 몇 마디 지르다가 그냥 지나가고 만다. 이미 번진 불을 끄자면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도 타오른 독도의 불길이 벌써 우리 국민의 뇌리에서 식어져 가고 있다. 금방 뜨거워졌다 곧 바로 식는 민족, 이런 면에서도 한국인은 참 대단한 민족이다. 일본인들은 이런 한국국민의 냄비근성을 너무 잘 알아 기업체들이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수익을 아주 잘 챙기고 있다 한다. 그들은 한국인의 반짝 기질을 이용해 전자제품이나 화장품, 건강제품 등을 아주 잘 팔아먹고 금방 발을 빼고 나서 또 다른 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으로 재미를 짭짤하게 보곤 한다는 것이다.

세계 3대 전쟁 중의 하나인 6.25 참상을 겪은 사람들조차 이제는 그 엄청난 충격을 거의 다 잊어버린 듯 살고 있다. 일본이 침탈을 기도하고 있는 독도도 한동안 나라를 흔들 정도로 난리더니 그 불길이 어느새 다 스러져 가고 있다. 일본이 노림수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이승과 저승을 이어준다는 조그마한 섬 이어도도 지금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이 섬을 만일 중국에 빼앗기게 되면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 중국이 해상 자원이 풍부한 이곳을 자기네 섬이라고 우기고 있다. 이러한 역사 왜곡은 한국의 영토를 넘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서해에서는 중국이, 동해에서는 일본이 한국의 영토를 삼키려고 온갖 술수를 쓰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도대체 앉아서 무얼 하는가.

옛날 일본해적들이 살던 어촌, 대마도는 원래 우리나라 속국으로 우리가 먹여 살린 나라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우리의 땅이라는 말 한 마디도 못하고 있다. 역사학자나 석학이 많아도 모두가 단지 먹고 살기 위해 수박 겉핥기식이다. 역사공부를 전문적으로 하여 명확하게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위인이 우리 사회에 없는 것이다. 일본이 치밀한 작전 하에 자꾸 달라고 보채면 결국 우리는 당하게 되어 있다. 독도는 분명 우리나라 땅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바보 노릇을 하고 있다. 어떤 충격이 있었는지 자산을 삼지 않으면 쓴 맛을 보게 되어 있다. 9.11이 발생한 건 따지고 보면 미국의 실수, 미국의 부끄러움이나 마찬가지다. 역사가 짧은 미국 같은 나라도 그런 엄청난 사건을 당하자 그 충격을 자산으로 삼았다. 그런 자세가 있는 한, 미국의 안전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항상 외부에서 두드리면 .맞기만 해 왔다. 충격을 자산으로 삼지 않은 결과다.

일본이 독도를 걸고 나오고, 중국이 이어도를 들고 나오는 것은 엄연한 국토 침범이다. 침범이 지나치면 침략이 되고 침략이 됐을 때는 전쟁으로 이어진다. 가정이고 사회고 나라건 충격이 생기면 충격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그 것을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 가정이나 사회, 국가가 안전하게 지켜질 수 있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