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들은 역사에 대한 심한 건망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1990년, 미 대학생의 역사의식을 조사한 한 통계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학생의 거의 절반이 남북전쟁의 시기를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다른 통계에 의하면 미국 성인 60%가 2차 대전 당시 일본에 원자폭탄 투하를 명령한 대통령이 누군지 모른다고 합니다. 그 조사에 응한 사람의 20%는 원자폭탄이 떨어진 장소는 물론이고, 어느 나라와의 전쟁이었는지조차 모른다고 합니다.
미국 사회의 집단 건망증은 단순히 교육방법의 부진에서 온다기보다는 문화현상에 그 이유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서부 미시간 대학교의 스티븐 버트맨 교수는 이런 미국인의 역사적 기억력 상실을 ‘문화적 건망증’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지난 2000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문화적 건망증’에서 그는 미국인들이 자기의 기억에서 역사적 사건을 지워나가게 되는 이유를 두 가지 요인에서 찾았습니다.
첫째 이유는 미국인의 소비성향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사회에서는 늘 낡은 것은 버리고 새것을 추구하게 마련이며, 새 제품은 좋은 것이고 오래된 제품은 낡고 쓸모가 없는 것이므로 빨리 잊어버려도 된다는 의식의 지배를 받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과거사는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유는 미국인들의 기술향상 추구에 두었습니다. 기술은 미래지향의 속성을 가집니다. 그래서 과거의 전통문화를 중시하는 역사보다는 새로운 변화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기술문화의 여러 측면들이 미국인들의 머리에서 과거를 지워나간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지금 세계의 선진국 젊은이들은 모두 비슷한 현상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적 건망증’을 이용하는 무서운 국가들이 있습니다.
중국이 그렇고, 일본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신세대들의 역사적 사실의 건망증을 이용하여 역사적 진실을 바꾸어나가고자 합니다. 중국이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의 북쪽을 넘겨다 보며 추진해 오고 있는 동북공정이 그렇고, 이번에 일본이 독도를 자국 영토라고 교과서에 기록해 자국의 해역을 넓혀 나가려고 하는 것이 그렇습니다. 그들은 멀리 내다보고 새로운 세대들의 건망증을 교모하게 이용하여 역사적 진실을 바꾸고 남의 땅을 자국 영토로 바꾸려고 합니다.
요즘 일본은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교과서에 올리면서 한국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쌍방이 보다 냉정하자고 주문합니다. 말썽 일으키지 말고, 사건화하지 말고, 잠잠하게 양국의 정치력에 맡기자고 합니다.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북공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우리나라 정부에게는 양국이 더 이상 문제화하지 말자고 합니다. 모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입니다.
최근에 한국 정부에서 독도문제에 대처하는 독립부서를 만든다고 하는데 이는 너무 근시안적입니다. 지금은 일본과 중국의 도전을 동시에 대처하는 종합적인 국토관리 부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남의 나라 국토분쟁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세계인들의 건망증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숙고하고 다양한 문화적 방법을 치밀하게 실행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문제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고, 기억의 침략을 통해 국토의 침략을 감행하여 오는 그들보다 더 나은 방법을 찾아 건망증 심한 세계인의 머리에 우리의 진실을 각인시켜나가야 하겠습니다.
나라밖에 나와서 살고 있는 재미 한국인들도 이 일에서는 국외자가 아닙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