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한여름 밤의 꿈

2008-07-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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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7월이 오면 저는 여지없이 가슴 설렘증이 재발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30여명의 작은 천사들이 미국 땅에 오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도착하는 7월 하순부터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8월 말까지 약 한달 간, 마치 몽유병과도 같은 저의 한여름 밤의 아름다운 꿈은 이어집니다.


그 작은 천사들의 이름은 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입니다. 제가 가슴 설레며 그들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들이 들려주는 아름다운 하모니, 그들이 보여주는 화사함으로 무장한 부채춤 때문만은 아닙니다. 물론 그들이 연출하는 최고의 연주가 저의 좁은 안목과, 음악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기쁨의 지경을 넓혀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만, 그들과의 만남이 제게 주는 감동은 그보다 훨씬 큽니다. 그것은 그 어린 천사들의 가슴 속에서 울려 나오는 사랑과 헌신의 파장이 일상에 지친 제게 새로운 교훈과 도전을 주기 때문입니다.

월드비전 선명회 어린이 합창단은 1960년에 창단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전쟁의 상처 속에 신음하던 시절, 그들은 그 고통을 위무하는 민족의 소리로 조직되었던 것입니다.

남루한 단복의 초라함은 청중을 매료시키는 연주의 출중함으로 인해 더 이상 부끄러움일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수십 년을 전 세계를 돌면서 동방의 작은 신생국가의 존재를 알리고, 한국이 겪고 있는 아픔을 노래했습니다.

도움을 주는 이들에게는 감사의 노래를 부르고, 아직도 우리를 모르고 있던 이들에게는 새로운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관심과 사랑은 우리 민족의 새 삶을 위한 원동력이 되었고, “한 번 해보자”는 의지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5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 민족은 더 이상 고통 받는 민족이 아닙니다. 더 이상 아픔을 호소하는 민족도 아닙니다. 당당히 세계 속에서 인정받는 ‘Dynamic Korean’이 되었습니다. 우리 민족이 변화한 것입니다.

그리고 합창단도 변화했습니다. 아니 저는 그 변화를 진화라 부릅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노래가 그 옛날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던 시절보다 훨씬 강력한 메시지를 지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단원들은 이제 더 이상 헐벗은 고아들이 아닙니다. 당당히 수천 대 일의 경쟁을 뚫고 입성한 우수한 음악적 재능을 지닌 아이들입니다. 그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이 매년 자비로 전 세계를 돌며 노래를 부릅니다.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전 세계 굶주림에 신음하는 아이들의 위해 기꺼이 그들의 목소리가 된 것입니다. 그들이 매일 드리는 기도엔 자신들을 평화의 도구로 사용해 달라는 간절한 소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들이 매일 적는 순회 연주 일기장은 온통 고통받는 자기 또래의 아이들에 대한 연민으로 가득합니다.

이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찌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 아름다운 천사들의 한 달 동안의 고된 행군이 방금 시작되었습니다. 7월23일 하와이를 시작으로 캘리포니아, 텍사스, 조지아, 시카고, 워싱턴 DC, 필라델피아, 뉴저지, 뉴욕 등으로 미국을 가로 지르는 21회 공연의 대장정입니다. 저는 이 한 달간 그들의 작은 가슴에서 울려퍼지는 거대한 사랑의 합창을 느끼며 환상적인 여름 여행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꿈꿀 것입니다.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아이가 없으며, 모든 아이들이 똑같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세상을. 그리고 우리의 작은 천사들이 그들과 손잡고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 꿈을.

여러분! 이 아름다운 한여름 밤의 꿈을 함께 꾸어 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박 준 서
(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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