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장애인은 부정한 사람인가?

2008-07-25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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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읽다보면 장애인이 부정하다고 규정한 곳이 많다. 특별히 구약에서는 장애인들이 대개 부정한 부류로 제시되고 있어서 신앙생활을 오래 하는 신자들도 장애인을 여전히 부정한 사람들로 인식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런 성경해석상의 오류는 목회자들에게서도 나타나고 있어서 문제가 된다. 바른 성경적인 이해 없이 사회복지적인 접근만으로는 장애선교를 바로 인도할 수가 없다.

레위기 21:16-24을 보면 아론의 자손들(제사장)에게 명한 규례가 적시되어 있는데 이 구절에 포함된 육체에 흠이 있는 자(장애인)는 소경(blind), 절뚝발이(lame), 코가 불완전한 자(disfigured), 지체가 더한 자(deformed), 발 부러진 자, 손 부러진자(crippled), 곱사등(hunchback), 난쟁이(dwarf), 백내장(eye defect), 괴혈병(festering), 버짐(running sores), 불알 상한 자(damaged testicles)가 포함되고 있다.

“이들은 하나님의 식물의 지성물이든지 성물이든지 먹을 것이나 장안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요 단에 가까이 못할지니 이는 그가 흠이 있음이라. 이와 같이 그가 나의 성소를 더럽히지 못할 것은 나는 그들을 거룩하게 하는 여호와임이니라.”(레위기 21: 22-23) 이렇게 단호하게 규정을 하였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규례는 동물들에게까지 적용을 하였다.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하자면, 그것은 하나님의 모든 백성에게 규정한 규례가 아니라 제사장 직분을 맡은 자에 한한 엄격한 기준이었다. 그렇다면 왜 제사장에게는 그러한 엄격한 기준을 말하셨는가. 그럼 장애인은 제사장이 될 수 없다는 말인가. 제사장들에게는 왜 장애인을 비하하는 듯한 말씀을 하셨을까 하는 의문이 여전히 남는다.

의문을 풀기 위해선 구약에서 제사장에게 왜 그런 요구를 하셨는가 하는 배경을 이해해야 한다. 제사장이란 참으로 위험한 직분이었다. 땅의 존재로서 하늘의 영역을 만족시키는 중간자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자격을 엄격하게 한 것이다. 그래서 “흠이 없고, 혈통이 깨끗해야 하며 시체(죽음)를 만진 적이 없어야 한다”고 의식적 정결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다시 말해, 레위기의 요구는 제사장 직분자들에게 요구한 성결한 기준이었다. 부정한 제사장은 성물을 만지지도 먹지도 못했다. 제사장 가족이 아닌 사람은 성물을 먹지 못했다. 여기서 유념해야 하는 사실은 레위인 아닌 다른 지파에게 이런 기준을 요구하신 바 없으며 더더욱 신체적 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영적 해석을 내린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흥미로운 것은 흠이 있는 제사장은 제사를 집전하지 못했지만 성물을 먹는 것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체적으로 흠이 있는 제사장이 그 인격 자체가 부정하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배와 코이노니아, 그리고 커뮤니티에서 배제되지는 않았다. 다만 하나님께 드리는 예배의식의 순결을 강조하는 표현으로 장애와 질병을 그렇게 상징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므로 레위기 21-22장의 강조는 흠이 있는 신체 부적격자의 의식집례 부적격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예식에 부적합한 의식적인 부정함(ritual impurity)에 있었다. 예를 들면 부정한 것을 만진 제사장이 신체장애 제사장보다 더 부정한 자가 되었다. 왜냐하면 신체장애 제사장은 의식을 집전할 수는 없어도 성물을 먹을 수는 있었으나 의식적으로 부정한 제사장은 성물조차 먹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약에서도 신체 장애인이 예배와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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