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스타 목사’의 추락

2008-07-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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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다머는 미국 역사상 가장 잔악한 연쇄 살인범으로 기록에 남아있다. 그는 지난 1992년 경찰에 체포되기까지 무려 17명을 연쇄 살인했으며, 살인한 시체를 토막 내서 인육을 먹기도 하고 머리를 잘라 냉장고에 보관하는 등 상상을 초월한 엽기 살인행각의 극치를 보였다. 사형제도가 없는 주에서 그는 사형대신 95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다른 죄수에 의해 화장실에서 살해당했다. 그런데 가장 놀라운 사실은 그가 죽기 얼마 전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점이었다.

“아니 그럼 그런 천하의 못된 엽기 살인범의 영혼도 구원받고 천국에 갔다는 말인가!”

제프리 다머의 회심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히 말해서 마음 한 구석으로는 뭔가 석연치 않았다.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그런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이 구원받아서 천국에 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에 감격하게 되기보다는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죄의 질을 다루기 좋아한다. 어떤 죄는 가벼운 죄이고, 어떤 죄는 천하에 용서 받을 수 없는 극악무도한 죄이고…. 따라서 재판관의 판단에 따라 가벼운 형벌이 내려질 수 있고 때로는 사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것은 사람의 기준이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기준은 사람의 기준과 완전히 다르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고…’(롬 3:12)

하나님의 기준으로 볼 때 죄인은 그냥 죄인이다. 큰 죄인이나, 작은 죄인이 따로 없고 모든 인간은 죄인이고 그 가운데 의인은 한 사람도 없다는 말이다. 조금 선한 일을 했거나 또는 극악무도한 엽기 살인죄를 지었거나 하나님의 관점에서 보면 다 ‘도토리 키 재기’ 같다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사는 맛사이족은 개구리처럼 그 자리에서 점프를 잘한다. 어떤 이는 정말 스프링을 발바닥에 달아놓은 것처럼 놀랍게 뛰어 오르는데 대강 1미터 정도는 점프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아무리 점프를 잘해도 달에까지 미치려면 턱도 없이 모자란다. 1미터를 점프하는 사람이나 1피트를 점프하는 사람이나 달나라까지 뛰어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똑같이 제로라는 말이다.

콜로라도로 이사 와서 출석하기 시작한 교회가 뉴라이프 처치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테드 헤거드 목사의 동성연애 사건이 터졌다. 1만4,000명이 출석하는 대형교회 담임목사고, 3,000만 회원을 가지고 있는 미국개신교연합회 회장이었던 ‘스타 목사’가 하루아침에 동성애 스캔들로 인해 수직낙하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그 목사의 가증스러움과 위선에 치가 떨릴 정도로 분노했었지만 5명의 자녀를 데리고 야반도주하듯 콜로라도를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한편으로 동정심이 들기도 했다. 스타 목사이기 전에 그도 제프리 다머와 같이 더럽고 흉악한 죄와 씨름했던 죄인이었다.

목사가 간통죄를 지으면 더 큰 죄인가. 아동학대나 인신매매는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잔악한 죄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기준으로 볼 때 모든 죄는 다 똑같다. 어떤 종류의 죄이든 죄를 미워하고 죄를 피해가야 하는 것은 크리스천들의 몫이지만, 죄로 인해 심판받고 정죄하는 것은 언제까지나 하나님의 몫으로 남겨져야한다. 그것은 죄인이 죄인을 정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baekstephen@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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