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거룩한 사고’ 친 사모님

2008-07-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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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룩한 사고’ 친 사모님

꿈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정한나 사모(오른쪽 끝)와 남편 정우성 목사 등 가족들. “거룩한 사고를 쳤다”고 말하는 남편과 자녀들이 모두 이 프로젝트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홀사모가정 자녀 미국 초청
세계선교교회 정한나 사모

돈 한 푼없이 무작정 기도
콘서트 등 통해 경비 마련
서머스쿨·홈스테이 등
미국 생활 직접 체험케

목사 혹은 선교사로 사역하던 아버지를 천국으로 먼저 떠나보내고 한국 등에서 정서적, 경제적으로 어려운 삶을 살고 있는 홀사모 가정의 자녀들이 독지가들의 도움으로 미국 땅을 밟는감격을 누린다.
본보에 칼럼을 연재 중인 세계선교교회 정한나 사모가 상처를 안고 사는 어린 가슴에 원대한 꿈을 심어주고 싶어 작년에 시작한 ‘꿈땅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이 프로젝트는 청소년들이 항공료 등 일절의 비용 부담 없이 7월18~8월11일까지 무려 24박25일 동안 세계 최강대국의 면모를 제대로 배우고 가슴을 넓히는 감동의 ‘대역사’. 참가자는 작년의 11명에서 크게 늘어난 15명(한국 11명, 인도 3명, 중국 1명)으로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다.
정 사모는 CMF선교원 ‘PK합창단’ 콘서트 수익금, 5개 한인교회의 지원, 개인 도네이션 등으로 총 6만달러나 되는 경비를 마련했다. 이는 남편 정우성 목사의 친구를 통해 연결된 그레이스 브레드린 크리스천 스쿨의 백인 학부모들이 이들을 자기 집에서 재우고 먹이면서 다저스 경기 등에 데려가는 데 드는 돈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학교측은 공부도 하고 디즈니랜드, 매직마운틴 등에도 가는 서머스쿨을 3주간 거저 다닐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같은 선행은 작년에 이어 2번째. “아이들이 생각보다 밝고 태도가 좋아 오히려 우리가 은혜 받는다”는 민박 가정들은 학생들이 귀국할 때는 눈물의 이별을 하고 이메일 등으로 계속 연락하면서 인연을 이어간다. 두 가정은 늦여름 한국 방문을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장학금 지원 등 계속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물어오는 이들도 있다. 학생들은 LA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버스에 올라 4일간 북가주를 관광하며, 귀국 전날에는 학교 강당에서 미국인 학부모들을 초청, 갈비와 김치를 대접하며 진행하는 학예회도 갖는다.
정 사모는 “학생들이 또래가 있는 가정에 배정돼 생활하는 가운데 신앙과 생활이 일치하는 백인들을 통해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와 크리스천의 가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체험했다고 간증하더라”고 전한다.
학생들의 미국 체류 경험은 많은 기적을 낳으며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있다. 작년에 한 아이는 백인 가정의 따스한 보살핌 때문에 체류 중 실어증이 치료됐고, 다른 아이는 입에도 못 대던 밀가루 음식을 먹게 되기도 했다. 또 선교사 자녀 학교에서 영어 전교 1등을 한 학생과 서울시장배 전국영어웅변대회 1등상을 받은 학생도 나왔다.
꿈땅 프로젝트는 ‘여섯 아이 엄마’인 정 사모가 홀사모들의 아픔에 공감해 도와줄 길을 찾아나선 작은 사랑이 출발점이었다. “5년 전 하나님이 주신 생각이 있었어요. 목사 남편을 여의는 바람에 젊은 나이에 홀로 된 사모들의 형편이 너무 안타까웠던 것이지요. 평소 ‘마음의 부담은 곧 하나님이 주시는 사명’이라고 생각하던 터라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어린 홀사모 자녀 몇몇의 생일 선물을 챙긴 것이 시작이었지요.”
그는 얼마 후부터는 방값조차 없는 딱한 홀사모들을 위해 눈물의 금식기도를 시작했고, 작정한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독지가들이 돈을 보내 오는 ‘하나님의 채우심’을 경험한다. 그러다 이들의 삶에 좀 더 장기적인 ‘임팩트’(영향)를 주기 위해 미국여행을 선물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한다. 꿈땅 프로젝트의 탄생이었다.
그는 “제게는 아무 경제적 능력이 없어 무작정 울며 하나님께 기도했는데 하나님은 많은 사람들을 보내 주셔서 이 일을 가능케 하셨다. 남편은 내가 ‘거룩한 사고를 쳤다’고 한다”며 웃었다.
“하나님께서 다 하셨고 나는 ‘하나님의 행복한 심부름꾼’에 불과하다”는 정 사모는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약속의 성취를 확인했다. 조용하게 해야 할 일을 떠들썩하게 신문에 내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겸손해 했다. 후원 문의 (213)500-2186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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