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이 70에 목회학 박사 “남은 불꽃, 이웃 섬기리”

2008-06-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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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70에 목회학 박사 “남은 불꽃, 이웃 섬기리”

고희의 나이로 목회학 박사학위를 받은 김주택 목사는 “공부하는 남편을 위해 내조를 아끼지 않은 아내가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었다”며 아내 김덕의 사모에게 감사를 표했다.

■풀러신학교 졸업식 최고령 한인 김주택 목사

“배움 멈추면 노쇠” 만학의 길
여러 지병 속 얻은 ‘값진 학위’

고희의 한인 목회자가 만학이라는 ‘험산준령’을 넘어 풀러신학교에서 목회학 박사(D. Min.) 학위를 받아 화제다.


주인공은 1938년 1월생인 김주택 목사. 그는 지난 14일 이 학교 신학·상담·선교대학원 졸업식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794명(목회학 박사는 105명)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사람 중 하나였으며, 한인 중에서는 단연 최고령이어서 많은 이들에게 본보기가 되었다.

김 목사가 나이를 잊고 젊은이들 틈에서 형설의 공을 쌓아 박사학위를 취득한 것은 정체돼 죽은 상태인 ‘사해’가 아니라 끝없이 새로운 물길을 공급받고 흘려 보내는 ‘갈릴리 호수’의 푸른 물결처럼 살겠다는 결심 때문.

연대 법학과, 총신대 신학연구원(총신대 신대원 전신), 고대 교육대학원(상담심리학)을 졸업한 그는 손자 재롱을 보거나 여행이나 다니며 쉴 나이에 박사학위를 공부한 이유를 묻자 “배우기를 멈추면 늙기밖에 더하겠느냐. 고여 있는 물을 썩을 수밖에 없다”며 웃는다.

김 목사는 2000년 시작한 박사과정 공부는 3년만에 끝냈으나 기존 논문이나 자료가 별로 없는 ‘사이버 목회상담 활성화 방안들’이란 주제를 선택하는 바람에 논문 고쳐 쓰기를 거듭하며 5년의 시간을 더 인내해야 했다.

특히 갖가지 병을 안고 사는 까닭에 매주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5시 집중적으로 받아야 했던 수업 시간에는 교수들로부터 언제든지 누울 수 있다는 사전 허락을 받아 공부했다. 그는 11년 전 신장 이식을 받았고, 고혈압, 통풍, 백내장, 척추 디스크, 관절염, 전립선 비대증 등을 앓고 있어 매일 많은 약을 복용한다.

“힘들었지만 논문 수정을 계속 요구하시는 ‘엄한’ 엄예선 지도 교수님 덕분에 제대로 된 논문을 쓸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그는 풀러에서 배운 것을 이웃들을 더 잘 섬기는 데 쓰는 것이 소원.

70에 박사가 되었다고 해서, 그가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같은 책을 쓰는 ‘신동’ 출신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공부를 지지리도 못해 중학교 입시에 실패하는 바람에 6학년을 2번 다녔으며 대학 낙방의 고배도 마셔 보았다”고 그는 고백한다.


강변에 뿌리 내린 나무 같이 가뭄에도 청청한 잎새를 달고 결실을 계속 하는 그의 삶은 ‘현재진행형’이다. ‘젊은 오빠’로서 번민하는 영혼들을 상담해 주고 미혼 크리스천 남녀들을 이어주는 웹사이트 ‘아가페타운 닷컴’(agapetown.com)을 작년부터 운영하면서 포토샵과 플래시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또 올 가을 젊은 담임목사가 개척하는 교회에 합류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고아와 과부를 돌보라’는 성경의 가르침에 따라 노인과 빈곤층의 사회복지 신청 등을 무료로 돕는 사역 등을 맡아 인생의 남은 불꽃을 ‘재 될 때까지’ 태우겠다는 야무진 꿈 때문이다.

김 목사는 “부족한 저의 학위 취득이 무엇보다 나이 많은 한인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최근 한국서 오신 은퇴하신 목사님을 만났는데 무기력증에 빠져 계셨습니다. 나이 들어가는 것은 단지 노쇠해져 별 볼 일 없는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포도주는 오래될수록 깊은 맛과 향기를 내지 않습니까. 사람도 늙을수록, 경륜이 쌓이고 인생의 참 의미를 알아 더 성숙해지는 것입니다. 오래 살다보면 병도 생길 수 있지요. 하지만 중요한 점은 늘 배우면서 남은 인생에도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닐까요.”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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