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심부름꾼의 행복

2008-06-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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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멈춤을 경험하는 달이다. 바쁘고 복잡한 일 속에서 잠시 걸어 나와 청명한 유월의 하늘을 바라본다. 지금보다 젊고 철없을 때는 내 힘과 의지, 노력으로 못할 게 없다고 외치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덧 사십을 지나고 큰 아이가 대학생으로, 내년엔 둘째가 바톤을 이어 집을 떠나는 일을 바라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보다 할 수 없는 것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보이는 것들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의해 지배되고 움직인다는 사실도 목회 20년에 피부로 느끼며 날마다 기도줄을 붙들게 된다.

오남매의 맏이로 자라면서 어릴 때는 ‘왜 우리 부모님은 남들처럼 가족계획을 하지 않으셨을까?’ 적지 않은 불만이 있었던 내가 지금은 육남매의 엄마로, 그것도 여섯이 많지 않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로 살아가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오늘따라 마음을 적신다. 사람의 부족한 계획도 온전하신 하나님 손을 통과하면 완벽한 믿음의 작품이 되니 이처럼 송구한 감사가 또 어디 있으랴!


6년 전에 아주 작은 생각을 마음에 넣으셨다. 30대 젊은 나이에 어린 자녀들과 젊은 아내를 남기고 하늘나라로 이사 가신 젊은 목사님들의 가정에 대한 관심이 거룩한 부담으로 가슴을 두드렸다. ‘부담은 사명’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서일까. 끊이지 않는 눈물과 기도가 그들의 곁으로 달려가게 만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몇몇 홀사모님 가정의 어린 자녀들 생일선물을 챙기기 시작했다. 생일을 마크한 달력의 빨간 동그라미가 점점 더 늘어가게 하시더니 작은 금액이지만 방값을 위해 기도하게 만드셨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내게 이 일을 맡기신 안타까움 때문에 사정이 딱한 홀사모 가정을 찾을 때마다 ‘주님, 어떡해요?’ 하고 금식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계속되기 시작했다. 하나님께서는 금식이 끝나기 전에 얼굴도 모르는 분들을 통해서 그들의 방값을 채워주셨다. 그 일이 벌써 6년째 계속되고 있다.

3년반 전에 ‘그들을 미국에 초청해서 맘껏 대접하고 싶어요’라고 막연한 기도를 시작했는데 작년에 꿈같이 그 일을 이루셔서 11명의 홀사모 자녀들을 전액 무료로 미국을 다녀가게 하셨다. 아빠 잃은 그들에게 더 큰 아빠가 되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경험하게 해달라고 기도했는데 기대치보다 훨씬 큰 놀라운 간증이 사춘기에 들어선 홀사모 자녀들에게서 잇달아 탄생한다.

올해는 15명의 또 다른 홀사모 자녀들이 미국에 온다. 이미 비행기 티켓을 샀고, 비자 인터뷰를 마쳤다. 1년간의 간절한 기도가 여물었나 보다.

작년에 왔던 9가정에서 둘째들이 오게 되었으니. 비록 어린나이에 아빠를 잃는 아픔이 있었지만 오히려 더 큰 꿈과 비전을 갖게 하시고 세상을 정복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우뚝 세우시는 놀라운 은혜를 보게 하신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끝까지 가보기 전엔 그 누구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보이는 어려움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고통이 훨씬 더 무겁지만, 믿음의 생각으로 기도하며 일어설 때 어떤 환경도 넉넉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서울도 못 가본 그들에게 미국은 ‘꿈 땅’이다. 믿음으로 밟는 꿈 땅에서 하나님의 위로와 사랑을 맘껏 맛보게 되기를 기도한다.

정 한 나
(세계선교교회 사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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