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2008-06-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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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의 작은 변화들

캘리포니아의 여름을 알리는 6월을 맞아 더위뿐만 아니라 침체된 경기, 기름값 상승으로 야기되고 있는 생필품 값과 식료품 등의 물가상승 여러 악재들에 대한 불안과 걱정 역시 커지고 있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하나만 기억하자. 이 모든 악재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이 악재들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어떤 이에게는 크나큰 기회가 될 수 있으며 그 기회의 주인공이 내가 될 수도 있음을 항상 잊지 않았으면 한다.

요즘 들어 부동산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새로운 현상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임대 주택의 시세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거래 또한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하락세를 나타내면 여러 이유로 집을 팔거나 포기 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데 이들은 주로 아파트보다는 기존에 살던 곳과 비슷한 지역에 방이 많은 집으로 임대하여 입주를 하기를 원한다. 가족의 구성원이 적다면 아파트로도 가겠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회 특성상 비용만 부담되지 않는다면 일반 주택을 더욱 선호하기 때문이다. 같은 조건의 집이라도 임대할 경우 소유하여 집 페이먼트를 내는 것 보다 많은 금액을 절약하는 것도 매력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2년 동안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는 상관없이 임대 시장은 가격상승과 부족한 임대 주택의 부족으로 때 아닌 호황을 누려 왔다.


그러나 지금은 임대 시장뿐만 아니라 모든 부동산 시장의 최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임대로 나온 주택이 더디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 여기저기 감지된다.

또 하나의 현상은 보통 한인 등 일부 아시아계는 임대할 때 렌트를 깎으려고 하지만 일반적으로 주류사회에서는 임대 가격 그대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렌트를 깎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불경기에다 렌트의 상승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작년과 비교해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둘째, 5월 이후 숏세일 매물의 인기 하락과 은행차압 매물의 인기 상승을 들 수 있다. 몇 개월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급속히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숏세일 매물은 아무리 싸게 나와도 오퍼가 적거나 없는 것에 비해 은행차압 매물은 경쟁이 점점 더 심해지는 것을 느낀다. 특히 비교적 새집이 많은 발렌시아, 어바인 등은 그 인기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그 이유는 새집의 경우 수리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셋째, 그 동안 부동산 시장의 침체기에도 오랫동안 투자의 안전지대로 여기어 왔던 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의 대형 콘도와 고층 콘도들의 가격이 현저하게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외곽 지역의 대형 건설사들의 고전에도 불구하고 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는 생각에 많은 사람들이 묻지마 투자를 했지만 더 이상 그렇게 시장이 움직여 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변화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몇몇 빌더들은 오래 전부터 앞에서는 분양가격을 고집하면서 뒤로는 바이어에게 다양한 크레딧 등 인센티브를 제공해 왔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빌더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앞다투어 가격을 내리고 있다.

특히 실제로 입주하여 살려는 사람보다 투자만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몰려있기 때문에 시장이 하락하면 미분양이 속출할 것은 당연시 되는데 이러한 현상은 대부분 어느 정도 예견되어 왔지만 최근 들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한 어떤 빌더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파산할 수도 있다는 소문도 있다. 특히 완전히 다 팔린 것으로 알려진 다운타운의 한 유명 콘도는 계약 취소가 이어지자 10~20% 가까이 가격을 내린 채로 분양하고 있으며, 이에 입주만을 기다리던 바이어들도 분양 취소 문의를 하는가 하면 현재의 가격대로 내려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몇몇 에이전트를 통해 자랑하듯이 많게는 4~5개의 유닛을 잡아둔 바이어들이 분양은 안 되고 가격이 내려가자 미리 겁내어 계약금을 손해 보더라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에릭 민

(818)357-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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