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지금 사면 손해보다 이익”‘바겐 주택’ 매입 붐

2008-05-2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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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터진 가주·플로리다 등
2004년 가격 밑으로 떨어진 곳 골라
현금으로 주택단지·콘도 일괄 매입
가격 낮추고 쪼개 팔아 짭짤한 재미

주택 가격이 붐 시절보다 크게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자 과감한 매입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최근 늘고 있다. 그동안 지속적인 가격 하락에도 관망 자세를 보이던 이들 투자자들은 최근 무서울 정도로 떨어지던 집값 하락도 이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 지금 베팅하면 손해보다 이익이 클 것이란 계산으로 헐값 부동산을 적극 매입하고 있다. 일부 주택 바겐세일 현장에는 서로 사려는 바이어들이 몰리는 근래 보기 드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주택 시장의 하락을 기회로 삼는 이들 과감한 투자자들은 넉넉한 현금을 바탕으로 값이 대폭 하락한 주택 단지나 콘도들을 일괄 매입해 보유하거나 되팔고 파는데 주로 2004년 가격 이하로 떨어진 주거 부동산을 주된 타겟으로 삼고 있다.

캘리포니아와 마찬가지로 주택 거품이 터진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 인근 케이프 코랄의 한 신축주택 분양 사무소에서는 최근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는 이례적인 광경이 연출됐다. 주택단지 개발사가 파산하면서 던진 부동산을 한 로컬 개발업자가 일괄 매입, 헐값 처분하는 행사였다. 주택이 전부 82채, 타운하우스 34채를 매입한 이 업체가 원래 분양 가격보다 40%에서 50%나 대폭 낮춘 가격으로 바겐세일을 열자 바이어들이 쇄도했다. 이 정도의 가격이라면 손해 볼 일 없다는 계산에서 전국에서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이었다.
한 참가자는 “바이어들이 몰려들어 마치 토요일 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에 와 있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헐값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열기는 LA를 비롯한 남가주에서도 슬슬 달아오르고 있다. 차압 주택을 전문적으로 보여주는 버스 투어가 조직돼 바이어들이 떼 지어 몰려다니는가 하면 한국의 투자회사나 LA 현지 한인들도 값이 폭락한 다운타운의 콘도 등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의 한 바겐 전문 투자자는 애나하임 및 오렌지그로브의 바겐 주택투어를 조직해 바이어들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지금이야말로 투자하기 기막힌 때”라고 주장한다. 그 자신 주택 27채를 소유하고 있는데 그는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 보유 후 매각으로 단단히 한몫 쥐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현재 30만 초반 내지 중반에 리스팅된 바겐들이 적지 않은데 한참 올랐을 때는 65만달러까지 나가던 물건들이라며 자신의 베팅을 자신했다.
아직 바닥이란 증거는 없지만 가격이 크게 떨어진 만큼 그만큼 기회는 더 생기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바겐 투자는 전역에서 살아나고 있다. 최근 마이애미서 열린 한 바겐 투자 컨퍼런스는 고가의 유료 행사였지만 주관사의 예상보다 세배나 많은 700여명이 참가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참가자의 절대 다수는 헐값 부동산 매입 기회나 네트웍을 찾는 투자자들이었다.
바겐 줍기는 봇물을 이루는 차압과 무관하지 않다. 어바인에 본사를 둔 리얼티트랙(RealtyTrac)에 따르면 4월중 차압은 전년 동기에 비해 65%나 크게 증가했다. 과거 어느 때도 볼 수 없을 만큼 기록적으로 차압이 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더 늘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11월까지 200억~250억달러의 모기지가 이자율 재조정에 들어가는데 그러면 페이먼트를 못하고 집을 던지게 될 사람들이 또 쏟아질 것이다. 무디스의 이코노미.컴의 마크 잰디는 올해 225만개의 차압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차압이 늘어 바겐 투자에 선뜻 나서기가 겁나기도 하지만 고무적인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오픈 하우스를 찾는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고 전국부동산협회(NAR)의 경제 분석가 로렌스 윤은 강조했다.
바겐을 찾는 발길이 이어지면서 꽁꽁 얼어붙었던 판매도 약간 살아나고 있다.
최대 모기지 소매업체인 컨트리와이드의 차압주택은 지난 1월 1만5,783에서 5월13일 현재 1만2,185로 줄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중 컨트리와이드의 평균 판매가격이 32만4,000에서 27만달러로 하락한 것과 관련이 있다. 가격 하락이 드디어 판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선별적인 매입은 특히 새크라멘토, 라스베가스,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 등 거품파열 타격이 심했던 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로렌스 윤은 “판매가 개선되고 있는 것은 그동안 가격이 워낙 떨어졌기 때문이며 앞으로도 가격 하락에 의한 판매 증가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부지만 판매가 살아나자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으로 돌아설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플로리다의 부동산 전문가 잭 매카베는 주택 중간가격이 중간 소득의 3배에서 4배가 되는 시점이 터닝 포인트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예를 들어 플로리다의 경우 주택가격이 아직도 중간 소득의 6~7배나 돼 더 하락해야 매입이 확대될 것이라며 아직은 가격이 높아 매입 후 렌트해도 충분한 수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지만 앞을 내다보는 투자자들은 과감하게 매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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