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삶 속의 부처- 만세! 만세 하라!

2008-05-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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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벽의 시대에 ‘말씀’이 있었습니다.
‘하늘 위 하늘 아래, 오로지 나(인간) 홀로 존귀하다.’

개벽이란 물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을 말합니다. 새로운 시대란 인류사에서 고대와 초기 문명시대를 거쳐 문명시대로 진입하는 시대를 말합니다.

그 시대를 철학자 카를 야스퍼스(독일 1883-1969)는 사상이나 철학, 종교 등 인류의 정신문명의 원천이며 중요한 토대가 된 시대란 뜻으로, 좁게는 기원 전 6세기 전후를 ‘기축시대’(Axial Age)라고 불렀습니다. 그 시대에 노자와 공자, 헤라클레이토스와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 수많은 현자들이, 동과 서에서 지혜의 빛을 다투어 드러내었습니다.


우주의 신비와 뭇 생명들의 기원, 그리고 인간정신의 내밀한 속내를 나름대로 들여다본 그들 현자들은, 천(天)과 신(神)을 천명하고 자연의 섭리를 주창하며 혹은, 물신(物神)의 영묘함을 들어 수많은 추종 세력들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일부는 수천 년에 걸쳐 인류의 지혜의 원천이 됩니다.

그즈음 동과 서의 분수령 인도. 그 신비스럽고 현묘한 땅에도 오랜 세월 민족종교로 토착화한 유신론적 브라흐만 종교의 폐단으로 그 종교의 습의와 기력이 쇠하고, 또한 그에 대한 반동으로, 인도의 북동쪽 갠지스의 대하를 중심으로 새롭고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 그리고 신흥 종교들의 맹아가 우후죽순처럼 싹터 올라, 각기 그 세력들을 확장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인류의 으뜸가는 현자들에 의해 발아되고 뜸 들여진 사상과 그 틈새를 비집고 발흥한 삿된 사상들에 의해 오도된 인간의 종교적, 지적 혼돈의 소용돌이 시대에, 샤카무니 뭇다(BC 624-544 추정)라는 위대한 영웅은 사람의 몸으로 빛나는 생명력을 들어내셨습니다.

그리고 그의 웅혼한 삶은, 이어지는 이러한 ‘말씀’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온 세상이 모두 고통 속에 있으매, 나 이제 마땅히 이를 평안케 하리라.’ 탄생 하시자마자 사자후로 토하셨다는 이 ‘말씀’은 비록, 전승되어 온 불교의 탄생설화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그 분을 흠모하고 숭신하는 후세인들이 그 분의 사상과 철학, 삶의 궤적을 헤아려서, 그에 걸맞게 ‘탄생의 변(辨)’으로 삼은 것이라 하겠습니다.

아무튼 그 ‘말씀’은 실로, 인간의 존엄과 평등성을 일깨운 인간선언이며, 시대적 배경을 감안한다면 분명, 목숨을 건 인간승리의 위대한 혁명적 선언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나아가 성인께서는 탐욕의 바다에서 끝없는 자맥질로 질식의 고통을 속절없이 감내하고 있는 인간들에게, 인간 스스로 자신을 구원할 수 있는 ‘법’(dharma)이라는 정치한 방편들을 제시하셨습니다.

존재의 실상이 다만, 그 실체가 없는 상의 상관의 ‘연기의 법’임을 열어 보이신 구도자, 그 진리의 발현인 자비를 끝없이 펼치신 대자대비의 화신이신 자, 인격의 완성자이시며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신 샤카무니 붓다!
5월12일은 대웅의 장대한 서사적 삶을 사셨던 성인께서 인류의 역사 안으로 첫발을 디딘 날입니다. 진실로, 모든 고통의 질곡으로부터 인간 해방을 구현하신 그 ‘법’(法)을 본 자, 한 송이 작은 들꽃이 피고 지는 소리(법)를 본 자는 만세! 만세! 만세 하라!

박 재 욱
(LA관음사 상임 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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