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짧은 만남’(Brief Encounter)

2008-05-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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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봐도 감동주는 데이빗 린 흑백걸작

‘의사 지바고’와 ‘아라비아의 로렌스’ 및 ‘크와이강의 다리’ 등 대하 서사극을 만든 영국의 명장 데이빗 린이 이들 대작을 만들기 전인 1946년에 감독한 아름다운 흑백 소품. 두 사람 모두 결혼해 겉으로는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살고 있는 평범한 가정주부와 의사의 맺지 못할 사랑을 그렸다.
어느 목요일 저녁. 매주 이 날 도시로 샤핑을 오는 로라(실리아 존슨)가 집으로 가는 기차를 역 구내에서 기다리던 중 눈에 티끌이 들어간다. 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역시 매주 목요일 이 도시에 진료차 오는 의사 알렉(트레버 하워드). 알렉이 로라의 눈에 들어간 티끌을 제거해 주는 것을 계기로 두 사람의 만남이 시작된다. 둘은 매주 목요일 도시에서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가까워지다가 이윽고 그 만남이 깊은 사랑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둘은 모두 기혼자여서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데 특히 더 괴로워하는 사람이 로라. 로라는 알렉을 만나서는 안 된다고 자신에게 다짐하다가도 기차를 타고 떠날 때면 “다음 주 목요일”이라고 다짐하는 알렉의 요구에 고개를 끄덕인다.
처음으로 찾은 참 사랑과 가정 사이에서 시달리면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로라와 알렉은 마침내 헤어지기로 한다.
잃어버린 사랑 그리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을 이렇게 아름답게 표현한 영화도 없다. 특히 너무도 평범하게 생긴 존슨과 하워드의 심오한 연기가 이 사랑의 희열과 아픔을 생생하게 표현해 보고 있으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 제2악장의 파도처럼 밀려오는 서글픈 주제가 영화의 무드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원작은 노엘 카워드의 연극 ‘정지된 삶’(Still Life). 필견의 명작이다.

‘위대한 유산’
(Great Expectations)

역시 린 감독의 1946년산 흑백.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걸작이다. 빅토리아 여왕 시대. 혹독한 환경 속에서 성장하는 고아 소년이 신원을 밝히지 않는 후원자의 도움을 받으며 재력가 멋쟁이 신사가 된다. 무덤에서 시작되는 첫 장면이 인상적이다. 존 밀스, 진 시몬스, 알렉 기네스 공연.
7일 하오 7시30분 에어로(Aero)극장(1328 Montana Ave. 샌타모니카) 동시상영. (323)634-4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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