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가만 있으면 본전?

2008-04-1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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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만히 있는 것이 본전이라고 생각하는 크리스천들이 있는가?

예수님의 은혜를 뼛속 깊이 체험하고 성령이 핏속으로 녹아든 크리스천들은 절대로 본전 생각만 하고 가만히 앉아있지 못한다. 은혜 받았다고 하면서도 자기 삶에 안주하며 소유에만 집착하고 있다면 그것은 은혜 받은 척하고 있거나 은혜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종교인들일 것이다.

내가 아는 주변의 많은 선교사님들은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도 감사해서 어느 날 자신의 주변을 송두리째 정리하고 ‘땅끝’으로 떠나간 그런 분들이다. 가만히 있는 것은 절대로 본전이 될 수 없다. 주변의 모든 것이 앞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데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무는 것을 결국 뒤로 퇴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때로는 아무 것도 하기 싫고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본전이나 챙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육신적으로 피곤하고 영적 재충전을 하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면 꼭 이런 본전 생각이 이브를 유혹한 뱀처럼 스멀스멀 마음 속으로 기어들어오는 것이다.

영적 세계에서 본전 생각은 주변에 대한 무관심과 이기적인 신앙이라는 틀을 형성하게 된다. 바로 사탄이 가장 좋아하는 모습이다. 주변의 필요에 철저하게 무관심하고, 나만 잘 믿고, 우리 가정만 확실하게 구원받았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이기적인 신앙 자세는 자신을 무능하게 만든다. 세상을 변화시키기는커녕 세상에 의해 날마다 변질되는 나약한 크리스천이 되는 것이다.

무관심과 이기심은 교회를 죽이고 크리스천들이 썩어 들어가게 하는 가장 치명적인 해악이다. 때로는 주변의 필요를 보고도 그냥 눈 딱 감고 넘어갈 수도 있다. 뭐 특별히 어쩔 수 없으니 가만히 앉아서 본전이나 챙기자는 안일한 생각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신앙인들을 향해 예수님은 “악하고 게으른 종아… 이 무익한 종을 바깥 어두운 데로 내어 쫓으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마태 25:30)라고 아주 준엄하게 꾸짖고 계시는 것이다.

가난한 나라의 불우한 아동들을 후원하는 컴패션(Compassion International)이라는 선교단체의 일을 도우면서 지난날 나 자신이 가졌던 본전 신앙 자세에 대해서 요즘 철저하게 회개하고 있다. 그렇게 선교지를 많이 다니면서 가난하고 불우한 아이들을 대했지만 정작 그들 영혼을 위해 통한의 눈물을 흘리며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려는 마음은 부족했던 과거의 모습을 솔직하게 돌아보면서 가슴을 치며 뉘우치는 것이다. 선교지에 나가서까지도 본전 신앙인의 구태의연한 모습을 벗어나지 못했던 시절이 너무도 부끄러운 것이다.

그나마 나를 본전이나 챙기는 신앙인으로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으시고 이제라도 저 불쌍한 영혼들의 필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마음 중심에 이 어린 아이들을 어떻게 해서든지 도와야겠다는 열정을 불처럼 일어나게 해주시는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드린다.

컴패션 사역은 이 땅에서의 짧은 인생은 다른 영혼을 위해 사용할 때 가장 큰 행복을 얻게 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주고 있다.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baekstephen@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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