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방문객’(The Visitor)

2008-04-1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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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The Visitor)

월터(왼쪽)와 시리아 여인 무나가 즐거운 한때를 갖고 있다.

불체자 커플 통해 ‘나’를 재발견

심금 울리는 인본주의적 스토리

피부 색깔과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운명에 의해 맺어져 인간성과 사랑이라는 인류의 보편타당한 성질을 발견하는 인본주의적 영화이자 미국의 이민정책을 비판한 이민관계 영화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치성을 띤 영화라기보다는 영혼과 감정을 지닌 지극히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는 작품이다.
특히 배우들의 연기가 심오한데 유머와 비감을 고루 잘 조화시킨 보석 같은 소품이다. 마음 문을 닫았던 한 남자가 우연히 만난 불체자들에 의해 자아를 재발견하고 감정적으로 부활하는 드라마로 인간성에 대해 포기하지 않게 된다. 꼭 보시도록 권한다.
홀아비 경제학교수 월터(리처드 젠킨스)는 사람은 좋은지 몰라도 진짜로 재미없는 사람으로 자기도 자신과 교수에 대해 별 흥미가 없다. 그가 NYU에서의 학술 발표 차 오래간만에 그간 비워두었던 맨해턴의 아파트에 돌아와 보니 뜻밖에도 불체자들인 시리아계 청년 타렉(하즈 슬레이만)과 그의 아프리칸 연인 자이나브(다나이 구리라)가 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들은 사기에 걸려 아파트에 세를 든 것.
월터가 짐을 싸들고 나간 두 남녀를 다시 불러들이면서 셋 간에 서서히 가족관계가 형성된다. 고독하기 짝이 없는 월터는 이 둘을 통해 가족 간의 정과 함께 그동안 별 관심을 안 가졌던 이민에 관해 재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월터는 타렉이 지도하는 아프리칸 북치기에 의해 감정적 흥분과 만족을 느끼게 된다. 월터는 타렉이 나가는 클럽에도 가고 또 센트럴팍에서 북을 치는 다국적 사람들 틈에 끼어 자기도 북을 친다.
타렉이 이민국 직원에 의해 체포돼 수용소에 수감되면서 영화가 전반부의 경쾌하고 밝고 약간 코믹한 기운에서 진지한 쪽으로 기운다. 타렉과 외부 세계와의 유일한 교량인 월터는 어떻게 해서든 타렉의 추방을 막으려고 애쓰나 좌절만 맛본다. 이때 시카고의 타렉의 어머니 무나(히암 아바스)가 아들을 찾아 도착하면서 월터와 무나 간에 알듯 모를 듯한 감정이 피어오른다.
후반에 가서 자유의 여신상 등을 보여주며 미 이민정책에 대해 너무 티 나게 얘기하는 것이 약간 눈에 거슬린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난데 특히 성격파인 젠킨스가 내면과 영혼이 발아 개화하는 모습을 완벽하게 해낸다. 탐 매카시 감독(각본). PG-13. Overture.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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