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승욱이 키우기가 나의 사역”

2008-04-0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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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피고 새우는 봄, 본보 칼럼으로 잘 알려진 승욱이네 집에도 더 포근한 햇살이 드는가. 요즘 승욱이 어머니 김민아씨는 분망하기 그지없지만, 보람으로 가슴 따스한 날들을 보내고 있다. CPA 사무실 직원으로 근무하는 그는 택스시즌을 맞아 직장서 눈코 뜰 새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TV 방송국에서 찾아오는 바람에 제작진과 승욱이에 대한 특집 방송을 찍느라 최근 보름간 합숙촬영을 해야 했다. 빛도 못보고,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3중 장애아로 태어나 이제 8세가 된 승욱이와 그 어머니의 삶과 꿈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한국의 ‘장애인의 날’인 오는 20일 밤 11시 한국에서 SBS를 통해 전파를 탄다.

3중장애아 엄마 김민아씨 믿음으로 장애·고난 극복
특집 방송 출연·책 출간 “절대 포기하지 말라” 강조

기나긴 촬영 탓에 몸은 고단했지만, 믿음으로 장애를 극복해 나가는 ‘희망의 스토리’를 전하게 된 것이 김씨의 가장 큰 보람.


“3년 전 승욱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한국의 한 아이 소식을 접했는데 당시 아버지의 폐암 선고로 경황이 없어 돕지 못했던 일이 있었어요. 그러다 그 아이가 너무 안타까운 상태로 악화되었다는 얘기를 작년말 들었습니다. 정말 안타까웠지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움을 드리지만 한계가 있어요. 방송을 통해 좋은 교사, 의사, 여러 관계자들을 만나 이렇게 잘 자라고 있는 승욱이의 생활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한국 교육계에도 도전을 주고 싶었고요.”

얼마 후에는 승욱이를 주인공 삼은 책도 두 권 세상에 나온다. 한 권은 김씨가 써 온 일기형식의 글을 묶은 ‘굿모닝 앤젤’로 15일 한국에서 출간된다. 또 한 권은 형 승혁이(10)의 눈으로 본 승욱이를 소재로 한 동화책 ‘네 동생 승욱이’. 동화작가가 쓴 것으로 5월말 출판 예정이다.

김씨는 “성인 장애인들의 성공담에 대한 책은 많아도, 장애 자녀를 키우면서 겪은 세세한 체험이 담긴 책은 드물다”며 “책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애아가 태어나면 친척들까지도 숨기는 나라가 한국이잖아요. 그런 땅에서 사는 장애가족들에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었어요. 이 길의 끝에는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는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신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는 또 남가주 밀알선교단 주최 간증집회에서 자신의 가정에 나타난 하나님의 역사를 증거하고 있다. 9일 오후 7시30분 충현선교교회, 23일 오후 7시30분 토렌스제일장로교회, 27일 오후 5시 세리토스장로교회 등 6월까지 10여 차례 후원교회를 방문하게 된다.

승욱이는 5세 때 UCLA 병원에서 중복장애아로서는 남가주 최초로 와우이식 수술을 받아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말을 배우기 위해 매주 언어치료를 받고 있다. 아직 옹알이 정도지만, 승욱이의 노력은 끝이 없다. 듣는 것은 영어를 주로 이해하지만 한국어도 조금 알아듣는다. LA의 시각장애아 초등학교에 다니는 그는 주중에는 기숙사에서 지내고 주말은 집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밀알 사랑의교실에 나가고 있다.

김씨는 최근 몇 년동안 질고를 많이 겪었다. 한국에 있는 남편이 더 이상 생활비를 보내줄 수 없게 된 된 일, 승욱이를 극진히 뒷바라지해 준 아버지의 병사, 이어진 형부와 시아버지의 죽음…. 하지만 그는 “시작은 미약하였지만,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는 말씀을 믿는다”며 오늘도 믿음을 버팀목 삼아 시련과 아픔을 헤쳐나간다. “하나님께서 여기까지 나를 도우셨다”는 고백과 함께 오늘이란 삶의 자리에 ‘에벤에셀’(도움의 돌이라는 뜻)을 세우며.

“승욱이를 잘 키우는 게 ‘가장 큰 하나님의 사역’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 하나님께서 ‘다시 태어나도 승욱이 엄마 할 거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예’라고 자신있게 답할 것입니다. 모태신앙으로 태평무사하게 살았을 제가 승욱이가 우리 가정에 온 날부터 세상을 다시 보게 되었으니까요. 하나님께서 승욱이를 다른 사람이 아닌 저한테 보내신 것이 너무 감사해요. 하나님의 시나리오가 얼마나 놀라운지요. ‘은혜’라는 말로 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네요.”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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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중장애아 승욱이를 키우는 김민아씨는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나누고 싶어 방송 출연과 책 출간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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