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1’ ★★★(5개 만점)

2008-03-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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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5개 만점)

벤(가운데)이 연달아 블랙잭을 잡으며 즐거워하고 있다.

라스베가스서 펼쳐지는 MIT 수학 천재들의 짜릿한 한탕 승부

1990년대 라스베가스 블랙잭 테이블에서 카드의 숫자를 계산하는 수법을 사용해 수백만달러를 챙긴 MIT 대학생들의 베가스에서의 한탕 실화다. 대학생들을 코치하는 수학 교수의 설명을 아무리 들어도 카드 세는 방법을 깨닫지는 못하겠으나 일종의 ‘털이영화’의 긴장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는 삼삼한 오락물이다.
베가스가 무대요 주인공들이 젊은 남녀 대학생들이어서 화면이 화려하기 짝이 없는데 마치 쇼걸의 화장품 냄새가 난다. 그리고 블랙잭 테이블의 카드와 칩을 놓고 화끈한 전투를 벌이는 딜러와 고객 간의 열기를 찍은 촬영도 좋다. 또 젊은 배우들에 맞서 노련한 중년 스타들을 출연시켜 화급한 열정과 느긋한 노련미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
나오는 인물들이 기계로 찍어낸 국화빵처럼 별 특색이 없고 플롯이 때로 황당무계한 멜로물이긴 하지만 앉아서 베가스 구경을 마음껏 하면서 직접 블랙잭을 하는 스릴을 만끽할 수 있다. 끝에 가서 돈도 따니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MIT 4학년생으로 하버드 의대에 합격한 가난한 벤(짐 스터지스)은 비싼 학비를 마련할 길이 없어 장학금을 꼭 타야 할 처지. 영화는 벤이 “나를 놀라 자빠지게 만들 너의 생의 경험을 얘기해 보라”는 장학금 심사위원 앞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쁘장하게 생긴 수줍음 타는 수학과 과학의 천재 벤을 베가스 원정대의 일원으로 선택한 사람은 냉정하고 미끈미끈하고 독재적인 수학 교수 미키(케빈 스페이시). 벤은 미키에 의해 미리 포섭된 숫자에 뛰어난 섹시한 질(케이트 바스워드)과 아시아계인 초이(한국계 애론 유)와 키아나 및 피셔 등의 팀에 합류한다. 벤과 질이 사랑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
이들은 미키의 지도 아래 맹훈련에 들어간다. 미키의 수칙 제1조는 철저한 직업의식으로 일을 할 것. 절대로 도박 열기에 빠져 들지 말라는 것이다. 베가스에 도착한 이들은 각자 수신호로 뜨거운 테이블을 알려주고 또 자리를 떠야 할 때를 교신하는데 큰돈을 거는 사람은 벤과 피셔. 나머지는 이들의 보조격.
계속 대박을 터뜨리는 이들을 감시모니터로 주시하는 사람이 미키와 과거의 한이 있는 코울(로렌스 피시번). 그리고 벤은 코울에게 붙들려 실컷 두들겨 맞는다.
플롯은 여기서 기막히게 역전을 하면서 일종의 복수극 형태를 취한다. 젊은 배우들보다는 스페이시와 위협적인 피시번의 연기가 뛰어나다. 즐기시도록. 로버트 루케틱. PG-13.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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