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같은 달 아래’

2008-03-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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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달 아래’

엔리케가 자기를 따라오는 칼리토스(왼쪽)를 야단치고 있다.

9세 멕시칸 소년、 엄마찾아 LA로

센티멘털하고 논리보다 감정에 충실한 멕시칸 소년의 ‘엄마 찾아 3만리’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미국의 불체자 문제에 모자 상봉이라는 사카린 맛 나는 주제를 접합시켰다. 여류 패트리셔 리겐이 감독했는데 불체자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다룬 반면 보는 사람의 마음을 감상과 감정에 겹도록 만들면서 주인공 소년과 어머니의 궁극적 만남에 박수갈채를 치게 했다.
9세난 당돌한 소년 칼리토스(에이드리안 알론소가 연기를 잘한다)의 엄마 로사리오(케이트 델 카스티요)는 할머니와 단 둘이 사는 아들의 장래를 위해 4년 전 LA로 밀입국해 백인 부잣집 파출부로 일한다(영화는 부자 주부 등 미국적인 것을 부정적으로 묘사 불쌍한 멕시칸들을 동정케 하는 단선적 처리를 하고 있다).
칼리토스는 할머니가 급사하면서 엄마의 주소 하나만 가지고 미국 밀입국을 결심한다. 엄마가 보낸 돈을 모아 놓은 것을 두 남녀 멕시코계 미국인 대학생에게 주고 그들의 미니밴 의자 아래 숨어 텍사스에 도착한다.
그러나 여기서 두 학생과 헤어지게 된(영화가 얘기를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플롯 구성에 억지가 많다) 칼리토스는 배낭 하나 짊어지고 단독으로 엄마를 찾아간다.
9세난 소년이 혼자서 낯선 이국땅을 여행한다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고 힘든 것인데도 영화에서 칼리토스는 늘 씩씩하고 낙관적이기만 하다. 또 영화에서 칼리토스가 단 한번 식사하는 장면이 없는 것도 동화적 연출 방식이다.
여하튼 칼리토스는 온갖 역경을 견디어내며 LA로 향하면서 도중에 마리아치 밴드 등 여러 사람을 만난다. 그 중에 칼리토스의 대리 아버지 노릇을 하는 사람이 불체자 엔리케(유제니 데르베스).
엔리케는 처음에 자기 뒤를 졸졸 쫓아오는 칼리토스를 파리처럼 취급하다 결국 둘이 강한 우정을 맺게 된다. 그리고 칼리토스는 엔리케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LA에 도착한다. 칼리토스와 로사리오가 만나게 되는 플롯 설정은 비현실적이다. 결점에도 불구하고 보고 즐기기에 족한 영화로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좋다.
PG-13. Fox Searchlight.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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