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자들의 도시’

2008-02-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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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도시’

가난과 폭력이 판을 치는 리오 달동네의 두 친구 월리스(왼쪽)와 에이스.

달동네 갱 두 젊은이의 우정과 가족애

2002년 개봉돼 빅히트를 한 브라질 달동네 청소년 갱들 간의 인정사정없는 살육전을 그린 ‘신의 도시’의 자매편이다. 전편의 현기증 나는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편집과 콩 볶듯 한 총격전 폭력을 지양하고 이번에는 두 젊은이의 우정과 가족애를 내용의 골자로 하고 있다.
두 인물의 성격 묘사와 감정적 분위기에 무게를 두면서 아울러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라이벌 갱간의 총격전을 실감 있게 삽입했다. 그러나 이런 폭력은 성격 드라마의 한 구성요소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고 있다. 재미있고 만족감을 주는 영화로 브라질 달동네의 열악한 모습과 폭력을 근접 경험케 된다.
카메라가 처음부터 원경으로 그 추하고 비참한 존재를 관객에게 인식시키기라도 하겠다는 듯이 뜨거운 여름 리오 시내의 산을 덮고 있는 달동네를 잡으면서 ‘언덕’을 장악한 갱 두목 마드루가다오와 그의 일당을 소개한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월리스(달란 쿠나)는 마드루가다오의 친척으로 얘기의 중심 플롯은 월리스와 그의 친구 에이스(더글라스 실바) 간의 우정.
18세의 에이스는 이미 결혼해 어린 아들을 둬 어린 나이에 책임감에 시달린다. 한편 곧 18세가 될 월리스는 18세가 되면 발급되는 신분증을 위한 아버지의 서명이 필요해 아버지를 찾기로 결심한다. 에이스의 아버지는 에이스가 어렸을 때 갱의 총에 맞아 죽었고 월리스는 자기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처지(두 아이의 아버지의 관계와 이들 넷을 엮는 사건 플롯이 다소 억지다). 거리에 익숙한 에이스 덕에 월리스는 살인강도로 15년간 옥살이 끝에 가석방된 아버지 헤랄도를 찾아낸다. 처음에는 아들을 무시하던 헤랄도와 월리스가 서서히 부자간 사랑으로 이어지는 부분이 아름답게 묘사되면서 영화 전체의 감정적 뿌리 구실을 한다.
한편 마드루가다오의 횡포에 반기를 둔 그의 오른 팔 파스토가 라이벌 갱과 손을 잡고 ‘언덕’을 공격하면서 총격전이 요란하게 벌어진다. 그리고 월리스와 에이스가 이 총격전의 와중에 휘말려든다. 두 주인공 쿠나와 실바가 연기를 잘 한다. R. 파울로 모렐리. Miramax.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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