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교회의 자정능력과 기득권

2008-02-19 (화)
크게 작게
지난 1월 한국의 복음주의협의회의 월례 발표회에서 옥한흠 목사가 “한국 교회는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을 포함한 목사들이 교인들 눈치만을 보아 제대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나는 옥 목사님의 정직한 자기 성찰과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문제는 단순히 목사가 설교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해결책도 설교내용의 변화만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이것은 교회 권력의 문제이고 기득권의 문제라는 현실적인 인식 없이 교회의 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이미 한국이나 미주 한인사회 교회들 중에 상당수는 어마어마한 물적, 인적인 권력 자원을 소유하고 있다. 이 자원을 사용할 수 있는 큰 권력이 한인교회에서는 실질적으로 담임목사에게 주어지는 것이 보통이다.
그래서 큰 교회의 목사들은 이것을 독점하고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이것을 갖지 못한 작은 교회 목사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확보하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물적, 인적 자원의 공급처인 교인들을 꾸짖는 설교를 할 수가 없고, 목회가 마케팅에 물들게 되고, 교회 재산을 불리겠다고 헌금을 강요하게 되고, 임직을 팔아먹기까지 한다.
교회의 문제가 권력의 문제고 기득권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 해결방법도 현실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믿는다. 교회의 기득권자들의 권리가 포기되지 않은 채 교회가 개혁되기는 아주 힘들다. 마틴 루터도 종교개혁을 외칠 때 사제로서의 기득권을 완전히 포기하고 죽을 각오를 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목사가 자기교회 교인들을 잃을지 모른다는 각오를 하지 않고는 제대로 된 설교나 가르침을 줄 수가 없다. 권력자나 돈 많은 사람이 자기 교회를 떠나거나 등을 돌려도 할 수 없다는 배짱 없이는 담임목사는 모든 교인들을 똑같이 대하기가 힘들다. 한국 사랑의교회나 소망교회의 목사가 자기 교회 성도인 이랜드회장 박성수 장로나 대통령 당선자 이명박 장로를 꾸짖을 수 있겠느냐 하는 문제는 목사의 설교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보다는 목사가 권력자와 재력가와 어떠한 권력 관계를 맺을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기득권은 사실상 자진해서 포기하라고 할 때 실효성이 작다. 그래서 평신도들이 교역자를 향해서 그들이 향유하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할 때는 포기하라고 외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먼저 기득권 포기를 선언해야 한다. 장로가 되기를 간절히 원하는 집사가 목사의 의견에 맞선다는 것은 쉽지 않다.
장로 될 꿈을 버린 집사만이 교회 개혁의 기치를 들 수 있는 것이다. 그 모임의 또 다른 강사로 나온 조용기 목사는 “한국 기독교에 가난한 삶과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힘이 있으니 그 일을 감당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교회의 최대의 기득권자인 조용기 목사에게는 교회의 힘을 이야기 하는 것이 자연스럽겠지만 그 힘을 내려놓지 않으면 한국 기독교는 옳은 일을 해 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 힘을 유지하는데 벌써 악취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우리 주님은 그런 세속적인 힘을 가지고 일하신 분이 아니다.
지금 미국의 법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인 교회의 소송들도 결국은 교회 권력을 독점하겠다는 교역자의 아집이 만들어 놓은 결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제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기득권은 무엇인가 라고 자문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을 때 진정한 영적 파워가 생긴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박 문 규 (캘리포니아 인터내셔널 대학 학장)
(cemkla.org 기윤실 실행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