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브루지에서’(In Bruges)

2008-02-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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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지에서’(In Bruges)

두 킬러 켄과 레이가 브루지에서 한가한 때를 보내고 있다.

‘브루지에서’(In Bruges)

해리 역의 레이프 화인스.

휴가 온 두 킬러 화끈한‘버디 무비’

유혈폭력 난무… 영국산 블랙코미디
상반된 성격 대립… 연기 대결 볼만

낯설고 물 설은 이국땅에 잠시 휴식을 취하러 온 두 프로킬러의 ‘버디 무비’로 유혈폭력이 난무하는 액션 스릴러이자 블랙 코미디다.
생전 듣도 보도 못한 도시인 벨기에의 인기 관광도시 브루지에서 찍었는데 겨울이 시간대여서 을씨년스럽지만 두 킬러 역의 콜린 패럴과 브렌단 글리슨이 따끈따끈한 화학작용을 일으켜 추위를 녹여준다.
살인과 피와 폭력이 판을 치면서 아울러 두 킬러가 티격태격 하는 성격탐구 영화이기도 한데 플롯이 다소 터무니가 없는데다가 얘기가 약하다.
그러나 두 주연 외에도 연기파 레이프 화인스가 머리를 짧게 깎고 독수리 같은 눈초리를 한 채 고약하고 사악한 음성을 내면서 겁나는 연기를 하는 모습이 볼만하다. 약간 믿어지지 않는 내용을 눈감아주면 즐길 만한 킬링 타임용 영국영화다.
영화의 3분의2 정도는 사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감독 겸 각본을 쓴 마틴 맥도나(극작가)는 이런 심심함을 메우기 위해 난쟁이 영화배우와 패럴이 맡은 레이역의 현지 로맨스 상대로 영화 촬영장에서 일하는 클로이를 만들었지만 둘은 별 의미가 없는 인물들로 그치고 만다.
영화는 풋내기 킬러 레이의 음성 해설로 시작되고 끝난다. 아일랜드인들인 젊은 레이와 중년의 켄(브렌단 글리슨)은 두목 해리(화인스)의 지시에 따라 브루지에 왔다.
런던에서 레이가 업무상 저지른 실수를 식히기 위해서다(이 실수의 내용은 플래시백으로 묘사되는데 충격적이다). 여하튼 레이는 이 실수 때문에 영화 내내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시도한다.
브루지의 민박 스타일 여인숙에 묵은 레이와 켄은 시종일관 서로 말과 행동으로 잦은 시비를 벌인다.
레이는 브루지가 지옥이라며 아이처럼 울상을 해가지고 징징대는 반면 켄은 여유 있게 옥외 카페서 맥주도 마시고 도시의 성당과 종탑 등 고적을 답사하며 모처럼의 휴가를 즐긴다(둘의 이런 상반된 성격과 대립이 아주 재미있다).
한편 레이는 외출했다가 영화 촬영장에서 현지 여인 클로에를 만나는 것과 함께 난쟁이 배우 지미와 사귀면서 타지에서의 고독과 무료를 달래게 된다.
해리가 왜 레이와 켄을 브루지에 보냈는지 그 이유가 밝혀지면서 영화는 사납고 거칠고 잔인한 폭력과 액션으로 채색된다.
해리가 직접 일을 처리하기 위해 브루지에 오고 해리와 켄이 밤 옥외 카페에 마주 앉아 입씨름을 벌인다(말싸움이 총싸움보다 재미있다).
그리고 총성이 요란히 난다. 패럴과 글리슨과 화인스의 연기 대결이 볼만하다. 이 영화로 브루지의 관광수입이 오르게 됐다.
R. Focus. 아크라이트(323-464-4228), 랜드마크(310-281-8233), 아크라이트 갤러리아(818-501-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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