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눈’(The Eye)

2008-02-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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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The Eye)

각막이식 수술 후 귀신을 보는 시드니 역의 제시카 알바.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각막이식 수술 후 악몽은 시작되고
하나도 무섭지 않은 리메이크 공포물

태국 태생의 형제 감독으로 홍콩서 활동하고 있는 대니와 옥사이드 팽의 2002년작 동명 심리공포영화의 미국 판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신판이 원전만 못한데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기자가 봐도 무섭지가 않다. 원작은 분위기 위주의 으스스한 영화로 심리적 공포감을 조성했는데 미국 판은 스타일 위주의 요란을 떠는 것이 됐다. 미국 판은 원작의 내용을 상당히 충실히 따르고 있는데 예쁘고 육감적인 여주인공 제시카 알바의 드레스와 몸매와 두꺼운 입술에 너무 신경을 써 알바의 개인 홍보영화처럼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진짜로 볼 것은 바로 알바의 자극적인 입술이다.
LA에 사는 아름답고 섹시한 시드니(알바)는 어렸을 때 언니(파커 포지-인디영화의 여왕인 포지가 완전히 쓸모없는 역에 나와 연기를 하는 둥 마는 둥 한다)와 폭죽놀이를 하다가 두 눈을 실명한 콘서트 바이얼리니스트(처음에 시드니를 소개할 때 검은 안경을 씌우고 장면마다 멋진 드레스를 입힌다).
그런데 시드니가 각막이식 수술을 하면서 그녀에게 괴이한 일들이 일어난다. 귀신과 저승사자들이 나타나고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는 장면이 재현되는데 주위 사람들은 그것을 수술 후유증으로 치부한다. 그러나 시드니는 진짜로 도깨비들을 만나면서 이것이 자신의 각막의 본 주인과 관계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시드니의 말을 확신하지 못하나 그녀에게 마음이 이끌린 정신과의사 폴(알레산드로 니볼라-역시 볼품없는 역과 연기)과 함께 각막의 실제 주인이 살던 멕시코 깡촌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둘은 각막 주인이 비극의 죽음을 맞은 것을 알게 된다(그러나 이 사실은 영화 첫 크레딧 부분에서 이미 알려진다).
시드니가 악몽에서 깨어나는 시각은 늘 새벽 1시6분인데 이 숫자의 비밀이 시드니와 폴이 멕시코에서 귀국하다가 멈춘 국경검문소 앞에서 요란한 폭음과 함께 밝혀진다. 알바가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곡을 연주하는 모습이 어색하다. 데이빗 모로와 사비에르 팔루드 감독. PG-13. Lionsgate. 전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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