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옷을 잘 입는다는 것

2008-01-12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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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Jin Image Consulting)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지난 연말, 모임에서 만난 어느 노신사의 모습이 기억에 아련히 남아 비록 대화는 많이 하지 못했지만 ‘참 괜찮은 분’일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자연스럽게 힐끗힐끗 보이는 약간의 백발이 짙은 회색빛 코트와 어우러져 오히려 멋져 보이기까지 했다.

당신이 모임에 입고 나간 옷을 며칠 후 그 모임에 함께 참석했던 친구가 “그 날, 참 근사했다...”라고 기억한다면 당신의 옷 입기는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그 날 입었던 검정색 옷, 그거 어디 브랜드야?”라고 물으면 당신의 옷 입기는 실패한 것이다. 옷이 당신을 입어버렸기 때문이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주인공인 ‘나’를 위해 조연인 ‘의상’들이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인공인 내가 조연인 옷의 도움을 받아 좀 더 돋보이도록 하는 것이지 조연인 옷이 더 돋보인다면 당신의 패션은 실패한 것이다. 의상보다 인물이 또렷하게 돋보이고 기억되기 위해서는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시선이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난히 화려한 넥타이나 번쩍이는 벨트의 버클 혹은 거슬리는 스타킹, 튀는 양말색에 눈이 멈춰버린다면 좋은 옷 입기가 아니다.
비즈니스의 측면에서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상대에게 호감과 동지애, 그리고 적당한 권위를 만들어내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함을 의미한다. 대개의 경우 옷차림을 통해 순간적으로 상대를 평가하게 되는데 이 때 미묘한 감정들이 따른다. 호감과 매력일 수도 있고 반대로 거부감이나 거리감이 생기기도 한다.

상대에게 호감을 주려면 일단 ‘보기 좋아’야 한다. 어울리는 색이나 멋진 스타일의 의상, 조화가 잘 된 옷차림은 재차 눈길을 끌게 된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현란한 색, 또는 너무 큰 무늬를 택하기 보다는 어디서 본듯 친숙하지만 한 두가지 독특한 포인트를 가진 차림이 세련되어 보인다.
동지애는 나와 유사하다는 느낌에서 비롯된다. 가격대가 비슷한 의상 브랜드는 사회계층상의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타이 핀이나 커프스 핀, 버클, 가방 등 액세서리를 통한 방법도 효과적이다.

의상을 통한 권위는 상대를 압도하는 힘을 발휘하기도 하고 품위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소수인원을 만나는 자리에서는 평소보다 액세서리를 한 가지 덜 하는 ‘마이너스 1’ 기법으로, 공식적인 자리나 대규모 청중 앞에 서게 되면 오히려 힘이 느껴지는 빈틈없고 귀족적인 분위기의 정중한 차림이 바람직하다.고민하지 않고 신속하게 옷을 차려 입으려면 사전에 경우별로 의상 설계를 해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번 주말, 빽빽한 옷장 정리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옷차림은 나의 준비상태를 보여주는 단면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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