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난킹’(Nanking)

2008-01-11 (금)
크게 작게
‘난킹’(Nanking)

일본군의 총 앞에 두 손을 든 난킹의 남자시민들.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무참히 살육됐다.

‘난킹’(Nanking)

난킹의 서양인들 보호구역에 수용된 중국 어린이들.

일본군 만행, 생생한 기록

20여만명의 중국 양민 대학살
생존자들의 증언·편지 등 수록

일본의 중국 침략 초기였던 1937~ 38년 당시 중국의 수도 난킹에서 자행된 일본군의 20만 중국인 대학살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한 기록영화다. 가공할 만행의 생존자들의 증언과 뉴스 및 기록 필름과 함께 당시 미처 피난을 못한 중국인들을 도와준 일단의 서양인들의 일기와 편지를 통해 일본군의 잔혹한 인간 살육을 고발하고 있다.
1937년 12월13일 공습과 지상군의 공격으로 난킹은 초토화되면서 점령됐는데 부자들은 모두 피난 갔지만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은 그대로 도시 안에 갇히는 처지가 됐었다. 이들을 돕기 위해 22명의 유럽인들과 미국인들은 난킹에 남아 자신들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2스퀘어마일에 이르는 안전지대를 설치하고 20만명의 난민들을 수용해 보호했다.
영화는 순전한 기록영화의 틀을 벗고 관객에게 보다 어필하기 위해 배우들로 하여금 당시 중국인들을 보호한 서양인들의 역을 맡게 한 뒤 그들의 일기와 편지를 카메라를 마주 보고 낭독하면서 과거의 기록사진과 뉴스 필름 등을 교차로 보여주는 식으로 전개된다. 그러나 이런 구성은 오히려 영화의 극적 충격을 감소시킨다.
이 영화는 총칼 앞에 인류애를 편 개인들의 영웅담이라고도 하겠다. 목숨을 내걸고 중국인들을 도운 대표적인 사람들은 기독교 선교대학의 여학장 미니 보트린(매리엘 헤밍웨이)과 나치 당원이라는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인명을 구한 독일인 사업가 존 라베(유르겐 프록노브) 그리고 부상자 치료용 병원을 세운 목사 존 매기 및 선교사 조지 피치 등. 그러나 일본군은 이들의 안전지대까지도 침범, 변장한 중국군을 색출한다는 명목 하에 살육을 자행했다. 그런 중에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은 것은 일본군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들을 다소 두려워했기 때문. 외국인들이 안간힘을 다해 가며 중국인들을 도운 사실에 큰 감복을 하게 된다.
일본군들은 누가 중국인들의 목을 더 많이 잘랐는가를 자랑하며 온갖 새 살인기술을 개발, 무차별 살육을 했는데 이를 보면 인간의 잔인한 수성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일본군들은 양민 학살뿐 아니라 무려 2만명에 이르는 성인 여자와 소녀들을 겁탈하고 살해했는데 여기서 살아남은 여인이 울면서 과거를 증언하는 모습이 보기 힘들 정도로 가슴 아프다.
특히 끔찍한 것은 일본군의 칼과 총에 부상을 입은 중국인들의 모습을 세계에 고발하기 위해 촬영한 필름. 차마 눈을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처참하다. 일본군의 난킹 겁탈은 1938년 3월에 가서야 악독한 기운을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일제 만행을 겪은 한국인들은 꼭 한번쯤 봐둬야 할 영화다. 일본이 지금도 과거의 죄악을 뉘우치지 않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무감각한 역사의식이 안타까울 뿐이다.
R. 로열(310-477-5581).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