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아원’(The Orphanage)

2008-01-0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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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원’(The Orphanage)

라우라와 아들 시몬이 해변을 걷고 있다. 이후 시몬은 실종된다.

한과 슬픔 절묘하게 엮은 귀신 스릴러
다시찾은 고아원서 어떤 일이…

모자간의 애정과 갈등과 집념 그리고 과거의 죄의식과 돌이킬 수 없는 불행과 거절 및 한과 슬픔 등을 절묘하고 우아하게 엮은 분위기 냉랭하고 으스스한 귀신이야기다. 스페인 영화로 환상과 공포를 섞어 스페인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든 기예르모 델 토로가 제작한 또 하나의 한 맺힌 도깨비 서스펜스 스릴러다.
매우 어두운 심리 스릴러이기도 한데 자신이 어렸을 때인 과거의 귀신들 때문에 시달리는 여인의 이야기로 매우 스산하고 슬픈 기운으로 가득 차 있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초조하고 심란하며 또 불안하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이다.
영화는 스페인 해안에 있는 고아원 뜰에서 7세된 소녀 라우라와 5명의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어 라우라는 입양된다. 성장한 라우라(벨렌 루에다)가 남편과 어린 아들 시몬과 함께 옛 고아원으로 돌아온다. 라우라는 이 집을 지체부자유아들을 위한 요양소로 만들 계획. 그런데 이 집이 시몬에게 이상한 영향을 미치면서 시몬은 상상의 친구들을 만나고 기분 나쁜 모습의 가면을 쓴 허수아비 모양의 아이들을 그림으로 그린다. 그런데 이 가면을 쓴 아이들은 라우라의 기억 속에 있는 아이들.
어느 날 이 집에 불길한 기운을 발산하는 나이 먹은 소셜워커가 찾아오면서 시몬은 자기가 입양된 아이이고 불치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이 문제로 어머니와 다툰 시몬은 곧 이어 실종된다.
6개월이 지나도록 시몬이 발견되지 않자 라우라는 영혼과 접촉하는 능력을 지닌 무당(제랄딘 채플린-찰리 채플린의 딸)을 집에 초청한다. 그리고 무당은 시몬의 운명이 30년 전 이 고아원에 있던 라우라의 친구들과 연계돼 있음을 알게 된다. 이때부터 라우라는 자신의 과거 속 비밀과 아들의 소재를 찾아내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친다. 영화는 라우라의 고뇌와 슬픔과 시몬의 존재가 현실인지 아니면 하나의 환상인지 구분하기 힘들만큼 애매하게 끝난다.
루에다의 연기와 촬영과 음악 등이 모두 뛰어난 영화로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라스트 신이 감동적이다. 완 안토니오 바이오나 감독.
R. Picturehouse. 일부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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