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Happy New Year! 스티븐슨랜치 방병찬옹 가족

2008-01-0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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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 3대가 한 집에 옹기종기 함께 모여 사는 방충배(39), 방하나(33)씨네 집에도 2008년 1월 1일 새해 아침이 밝았다. 장난기 어린 웃음이 영락없는 개구쟁이인 손자 호영이(6)와 이젠 제법 숙녀 티가 나는 손녀 진희(9)는 물론 온 가족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화창한 새해 햇살만큼 밝은 미소로 할아버지 방병찬(77)옹에게 세배 드리는 모습이 정겹기 그지없다. 조금은 서툰 폼으로 세배를 올리는 아이들의 인사가 끝나기 무섭게 집안의 제일 웃어른이신 할아버지의 덕담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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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엄마, 아빠, 손자, 손녀… 한 지붕 아래 3대가 모여 사는 방씨네 가족이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한자리에 모였다. 손녀가 치는 피아노에 맞춰 다섯 식구가 함께 노래를 부르다보면 어느새 온 집안에 행복이 가득 퍼진다.

곳곳 한국전통가구 한복 입은 3대 설날 분위기 물씬


주변에 한인들이 그리 많지 않은 스티븐슨랜치에 살고 있지만 새해를 맞이하는 모습은 한국의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는 기자의 말에 아버지 방충배씨는 이게 모두 할아버지와 함께 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한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무섭게 할아버지께 문안인사 드리고, 할아버지와 대화를 해야 하니 자연스레 한국말도 하게 되고, 학교에서 소풍이라도 가는 날이면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에게 용돈도 챙겨주시는데 어느 순간 애들이 그 용돈으로 할아버지께 드릴 작은 선물을 사가지고 오더라고요. 어찌나 대견한지… 웃어른과 함께 살다보니 누가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예절이 몸에 배는 것 같아요”
덕분에 개구쟁이로만 보이는 호영이는 자기 반에서 ‘매너보이’로, 속 깊은 딸 진희는 클래스 리더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고 한다.

간편한 라이프스타일의 대명사로 통하는 ‘미국 생활’에서 웃어른을 모시고 3대가 한 집 평화롭게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구보다 며느리 방하나씨의 역할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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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아침, 집안의 웃어른이신 할아버지께 세배를 드리려고 온 가족이 모였다. 개구쟁이 막내 호영이의 장난스런 세배가 온 가족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삼시 세끼 집에서 만든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등 살아가는데 기본이 되는 ‘생활의 틀’이 잡히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게 모두 웃어른이 집에 계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엄마가 할아버지께 하는 걸 보고 아이들이 자연스레 배운다고나 할까요”
간 큰 남편이나 할 법한 위험한 멘트를 서슴없이 내뱉는 방충배씨지만 아버님을 위한 밥도 따로할 정도로 음식에 신경 쓰고 밥상도 제대로 갖춰서 차려내는 아내 방하나씨가 그 누구보다 고맙다.
원래 지병이시던 당뇨병이 악화되어 한 집에 모시기 시작한지 7년 째. 특히 음식에 신경 써야 하는 병이라 하나씨네 주방에는 밥솥이 두 개다. 할아버지가 드시는 밥은 따로 하기 때문이다. 외식보다는 대부분 집 밥을 먹기 때문에 아이들도 이곳으로 이사 온 뒤로는 몸이 튼튼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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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 가구로 꾸민 패밀리 룸에서 한복을 입은 남매가 재미있는 한때를 보내고 있다. 소파 대신 평상에 앉은 폼이 오히려 자연스럽다.


“사실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땐 가까이에 투고해올 한국음식점도 마땅치 않아 걱정 많이 했습니다. 게다가 1.5세인 아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 염려도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잘 해줘서 항상 든든하답니다”
방씨네 가족이 복잡한 LA 한인 타운 한복판에 살다 한적하고 고요한 스티븐슨랜치로 이사 온 지 5년째. 한적하고 고요하고 주변 경치 끝내주고 공기 좋다보니 살기 좋은 건 두말할 나위 없지만 무엇보다 당뇨병으로 고생하시는 아버님을 위해 선택한 환경이었다. 게다가 1층 할아버지 방 옆에는 바로 화장실까지 붙어있고 이층에는 아이들 방과 매스터 베드룸이 위치해 있어 다섯 가족이 생활하기에 딱 좋은 구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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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문갑이 아이들에겐 훌륭한 보물창고다. 아기자기한 아이들 소품과 좋아하는 캐릭터를 붙여놓은 폼이 재미있다.


3대가 함께 사는 집의 살림을 뚝딱 해내는 하나씨는 어른들과 함께 생활하는 한국식 라이프스타일 못지않게 한국 전통 가구와 소품도 좋아한다.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입을 일이 없는 아이들 한복도 매해 다른 디자인과 스타일로 맞춰줄 뿐 아니라 아예 남는 방 하나는 한국 전통 가구로만 들여놔 꾸밀 정도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공간이 이곳에는 소파 대신 한국식 평상을 놓았고 커피 테이블과 TV를 올려둔 받침대는 100년 넘은 한국식 기와집 대들보로 만들어 멋스럽기 그지없다. 주로 가족들이 모여 TV를 시청하는 패밀리 룸인데 한국 생각이 유난히 절실한 날엔 향수를 달래는 공간으로, 아이들에게 한국 전통 문화를 자연스레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제격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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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모여 식사하는 캐주얼 다이닝룸과 리빙룸 전경. 한국 전통 가구 분위기가 물씬 나는 다이닝 테이블 덕분에 공간 전체가 멋스럽다.

집안 곳곳엔 한국 전통 가구가 사이드 테이블 혹은 콘솔 등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되고 있는데 전형적인 미국식으로 지은 하우스지만 이상하게도 잘 어우러져 오히려 멋스럽다.
떡국 먹은 후엔 온 가족이 한복 곱게 차려입고 전통 가구로 꾸민 패밀리 룸에서 각기 세운 2008년 새해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방씨 패밀리. 2008년 한해도 3대가 함께 사는 아기자기한 행복을 누리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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