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의자’에 얽힌 에피소드

2007-12-26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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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뉴욕시 교육청 학부모 조정관)

뉴욕에는 MFTA(Materials For The Art)라는 곳이 있다. 이 곳은 각 기업체나 회사가 쓰던 가구를 비롯해서 옷감 조각과 레코드, 단추, 종이, 포스터 등등 온갖 잡동사니의 물건들이 기부되어 운영되는 곳이다.롱아일랜드 시티에 위치하고 있는 이곳은 서류 구비를 잘 해서 이용하면 아주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청소국과도 연결되고 소비자국과도 연결되어 있다.

아주 큰 창고에 모든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고 공립학교나 정부기관에 속한 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Non Profit으로 운영하는 예술단체에서도 서류심사를 거쳐 여기서 물품을 무료로 가져다 쓸 수 있는데 가지고 간 후 꼭 그 회사에게 땡큐 노트를 보내야 하는 규정이 있다.여기서 새 것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회전도 하고 상하로 조절도 되는 아주 편하고 큼직한 의자를 갖다가 내 사무실에서 잘 사용했는데 작년 여름방학이 끝나고 오니 이 의자가 감쪽같이 없어졌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너무 속상해 교장에게 말했더니 아주 좋은 새 의자를 하나 사주었다.


그런데 몇달 전 이 의자가 갑자기 나타났다. 내 사무실 손님용으로 두고 썼는데 옆 사무실 동료가 앉아서 사무보는 의자를 보니 너무 낡고 초라한 것이 아주 안 좋아 보였다. 그리고 허리도 아프다고 해서 나 또한 10년 전 허리 디스크로 고생한 적이 있어서 필요하면 내 의자랑 바꾸자고 그 큼직하고 좋은 의자를 동료에게 선뜻 줬다. 나는 새 의자가 있으므로..

몇주 전, 내 사무실 책상에 좀 무거운 것이 있어서 내 방안에서 저쪽으로 옮기려다가 혼자 들기 조금 무거운 것 같아 아무래도 남자가 힘이 세려니 하고 동료에게 이쪽으로 옮기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You know I have a bad back!” 하고 완전 안면을 바꾸었다. 나는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기가 막혀서 말도 안 나왔다. 퇴근 후 아무리 생각해도 분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저는 허리 아프다고 해서 내 좋은 의자도 선뜻 줬는데 아니 얼마나 무거운지 들어보지도 않고 한마디로 거절하다니… 너무 속상했다. 나는 그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내가 준 의자를 내 사무실로 도로 가져왔다. 시치미 뚝 떼고 내 일을 하고 있는데 점심때가 안되어 동료가 내
가 뭐 잘못한 게 있느냐고 혹시 기분 상한 일이 있으면 얘기 좀 하자고 한다. 그래서 내 사무실에서 조용히 조목조목 따졌다. 어떻게 옆방 동료로서 그럴 수가 있느냐? 그랬더니 장황하게 자기 입장을 얘기하는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 뿐 아니고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는 학교에서 함께 일하기가 쉽지 않다. 교장, 교감, 교사, 훈육주임, 상담교사, 체육교사, 스쿨 에이드, 보조교사, 시큐리티 가드, 카페테리아 요원 외에 많은 사람들과 잘 지내야 하고 너무 잘 해 주어도 무시하고 너무 쌀쌀하게 해도 업무 수행에 지장이 온다.한국학생이 말썽이 생기면 괜히 미안해가지고 학교사정 모르는 어떤 한국 학부모 때문에 동료들에게 괜히 더 친한 척 해야 될 때도 있고, 대인관계가 쉽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 있으므로 해서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과 한인사회에 도움이 되므로 오늘도 치사한 것 같지만 의자도 줬다가 뺏었다가 하면서 씩씩하게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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