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추수진 의 Before&After

2007-11-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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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을 시작하는 자세

주택 리모델링을 위해 필자와 상담하는 분들 중 새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리모델링을 하는 고객들도 있지만 오랜 시간 리모델링을 생각해 왔는데 이제는 정말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면서 상담을 받는 분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합니다.
실제로 그런 분들이 리모델링을 의뢰해 집을 방문해 보면 이사 들어온 그 시점부터 10년 혹은 20년 넘게 생활하는 동안 집을 전혀 손보지 않은 상태인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새로 주택을 구입하는 분들은 미국인들이 살던 집을 선호합니다. 똑같이 오래된 집이라도 미국인들은 살면서 꾸준히 집을 손보고 업그레이드 시키며 정성을 다해 가꾸기 때문에 오래되고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오랜 시간에 걸쳐 더욱 ‘완성’되었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기름때도 오래되면 그 무엇으로도 제대로 지워지지 않듯이 집도 조금씩 손보아야 할 때를 놓치고 방치해 두면 계속 볼품없어지게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10년동안 리모델링을 벼르다 마침내 결단을 내린 분들은 그 긴 시간만큼 리모델링에 대한 준비도 남다르실까요? 대답은 아이러니하게도 ‘아니오’입니다. 그야말로 ‘해야겠다’는 결정만 하셨지 언제, 어디까지, 어떤 스타일로 해야 할지의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전혀 없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게다가 이런 분들일수록 ‘옆집이 이렇게 했던데…’‘예산은 되도록 싸게 해주세요’‘집이 3,000스퀘어피트인데 리모델링하면 얼마나 들까요?’‘디자이너시니까 알아서 한번 디자인해 보세요!’ 등등 황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이곳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건축설계사, 컨트랙터가 함께 일하는 곳이지 점성술사는 없습니다”라고 말입니다.
성공적인 리모델링의 시작은 서로간의 성실한 대화와 준비가 가장 중요합니다. 고객이 느끼는 집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디자이너가 함께 느낄 때 리모델링에 대한 열정이 생기고 완성도도 그만큼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나무 인테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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