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 배우자에게 해주는 보약

2007-11-0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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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들이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피차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따금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위해 보약을 챙겨주기도 한다.
주지해야 할 일은 배우자의 건강은 부부관계가 조금씩 망가지면서 몸의 건강도 허물어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병과 건강은 모두 마음에서 오기 때문이다.
부부가 오랫동안 벼르다 한번 해주는 보약보다 더 효과적인 보약이 있다.
바로 몸의 혈액순환과 같이 서로의 마음을 통하게 하는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하는 첫 부분이 서로 말하고 듣는 대화에 있다는 말이다. 의사소통하면 보통 말하는데 초점을 둔다. 하지만 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다.
그래서 배우자의 말을 잘 경청하는 것은 부부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보약과 같다. 자신의 말을 누군가 경청하며 이해해 줄 때 상처받은 마음이 풀어지고 치유되기 때문이다.
부부가 서로에게 좋은 경청자가 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가 말할 때 이해할 의도를 가지고 듣는 것이 아니라 대답할 의도를 가지고 듣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말할 때 상대방에게 섣부른 판단에 의한 충고를 받기보다는 먼저 이해받고 싶어한다. 그런데도 부부간에 말을 할 때는 상대 배우자의 말에 해결책으로 충고하려는 생각 때문에 어느 한 부분만 선택적으로 듣거나 배우자의 감정까지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로, 아내가 “여보, 아이들이 커가면서 말을 안 들으니 애들 키우는 게 점점 힘들어 못 살겠네”라고 할 때, “그러니까, 내가 뭐랬어. 말 안 들으면 용돈을 주지 말라니까”라고 대답하면 아내는 남편에게 이해받고 위로받기보다는 지시받는 느낌으로 더 스트레스 받는다.
반면 “정말 그렇군,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 당신이 정말 힘들겠네”라고 아내의 말에 맞장구쳐 준다면 남편이 알아주는 것만으로 힘을 얻는다. 또 남편이 “아, 요즘 건강에 이상이 있는 것 같아, 컨디션이 안 좋아”라고 할 때, “글쎄 그러니까, 내가 담배 끊고 운동하라고 하는데 왜 말을 안 듣느냐구요” 하면 남편은 짜증난다. 하지만 “정말 요즘 당신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요. 해야 할 일도 많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가 겹치니까 그런가 봐”라고 공감하며 메아리쳐 주면, 남편은 함께 걱정해 주는 아내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다.
스티브 코비는 성공하는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에서 공감적인 경청을 다섯 번째 습관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강한 부부가 되려면 그저 공감하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피차에게 약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라.
어떤 해결책으로 즉각 대답할 필요가 없다. 먼저 상대가 한 말의 내용을 반복함으로 확인해 주거나 장단을 맞춰 주면 될 뿐이다. 그리고 해결책은 그 다음 단계로 일방적인 지시와 충고보다는 상대방의 생각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안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마음을 통하는 것이 부부가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보약이다.(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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