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물 광고 유감

2007-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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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륭웅(공학박사)

인체의 70%는 물이다. 신체 각 부위의 물 구성비는 간(86%), 혈액 및 신장(83%), 두뇌 및 근육(75%), 뼈(22%)이다.물은 인체의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다. 건강해지려면 ‘좋은 물’을 많이 마셔야 한다.한인을 위한 좋은 물 광고가 많이 난다. 이런 류의 광고들이 미 주류사회의 매체들엔 거의 나지 않는다. 기껏해야 정수를 위한 필터 선전이 고작이고 우리 한인들이 접하는 ‘기능성 물’ ‘몸에 좋은 물’ 광고 같은 것은 없다. 인터넷에 있을지는 모르겠다. 원래 그곳에선 벼라별 소릴 다 하는 곳이니까.

그리도 몸에 좋다는 물이 정말 그럴까? 내가 아는 바를 쓰고자 한다.
이 글에 대한 반론은 얼마든지 환영하는데 다만 공인된, 정확한 과학적 증거를 제시해 주기를 바란다. 그래야만 아까운 지면과 독자들의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면에 따라 많이 나오는 물 광고에 관한 의견을 적는다.


1. 알칼리수-물을 전기분해하여 알칼리수로 만들어 마시면 거의 만병통치약 수준이 된다는 선전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다면 왜 너도 나도 다 마시지 않을까. 물 하나로 당뇨, 고혈압, 관절염, 심지어 암에까지 특효가 있는듯이 선전한다. 미국 속담에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은 아마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이 경우 그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본다.산성과 알칼리를 나타내는 ph라는 것이 있다. ph가 0~7 사이이면 산성, 7~14 사이이면 알칼리로 불리운다. ph를 결정하는 것이 수소원자(H+)인데 전기분해로 얻은 H+를 이용, 물의 ph를 마음대로 조절, 원하는 수준의 알칼리수를 만들어 마신다는 것이고 그래야만 건강에 좋다는 내용이다.

우리 위의 ph는 1~3인데 강산성이다. 그래야만 음식물을 소화시킬 수 있고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병균을 죽일 수 있다. 예를 들어 단백질을 분해하는 pepsin이라는 효소는 이 강산성의 ph 상태에서 효력을 발생한다. 만약 ph가 7 이상인 알칼리수가 위 속으로 들어가면 ph 1~3인 위산을 중화시켜 위 속의 ph를 높인다. 알칼리수를 계속 마셔 위 속이 알칼리화 되면 영양소의 소화 및 흡수(특히 칼슘)가 지장을 받게 된다.

우리 몸의 혈액은 ph가 7.35 ~7.45(약 알칼리) 정도인데 만약 이 범위를 벗어나면 몸은 자동적으로 ph가 이 범위가 되도록 조정한다. 몸이 혈액, 림프, 세포, 폐, 신장 등에 있는 완충체제(buffer system)를 작동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신체의 항산성(Hemostasis)’이라고 하며 이로 인해 인체는 항상 최대 효율을 내도록 애쓴다. 알칼리수 신봉자들은 혈액의 ph를 마시는 물로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혈액이 산성화되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것은 사실이다. 몸에 나쁜 균은 산성이고 산소가 부족할 때 더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알칼리수가 좋다는 그럴듯한 논리를 내세우는 ‘박사’들이 많은 줄 안다. 알칼리수 신봉자들은 반대 의견도 듣고 판단해 주기 바란다.

2. 육각수(hexagonal water)-물 한방울에는 10억개 정도의 물분자가 있으며 이들은 서로 유연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 분자들의 결합체는 1초 동안에도 수백만번씩이나 분자들의 유연한 결합 상태를 바꾼다. 물분자의 크기나 모양은 바꿀 수가 없다.

3. 기타 정수된 물-보통의 필터를 쓰는 경우 시간이 지나면 필터에 붙어있던 불순물, 박테리아 등이 도로 들어가 원 수돗물보다 더 나쁠 수 있으므로 자주 갈아주어야 할 것이다. 역 삼투압(Reverse Osmosis)을 이용한 물도 필터를 쓴다는 면에서는 똑같다. 다만 압력을 이용한다는 것 뿐이다.
물에는 약 2,100 종류의 불순물이 있다고 한다. ‘좋은 물’은 불순물을 얼마나 제거하였느냐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증류수 이상 더 좋은 물이 없다. 물을 끓여 증기로 만들고 그 증기를 차게 하여 물을 만드는 것인데 물 맛도 좋고 전기료도 적게 든다. 가정용은 값도 싸다.

주간지 타임에 건강칼럼을 쓰는 하바드 의대를 나온 전인요법-대체요법의 대가이자 이 방면의 최고 권위자인 Dr. Andrew Weil은 “내가 마시는 유일한 물은 증류수”라고 한다. 가능하면 불순물이 없는 물, 순수한 물이 우리가 마시고 음식을 만드는데 써야하는 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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