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부싸움은 이렇게

2007-10-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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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려 말고 합의점 찾아라”

과거 들먹이거나 상대방 약점 꼬집지 말고 현재 주제 집중을
미리 둘만의 최소한 규칙 세워 놓고 ‘타임아웃’ 이용해 볼만

수많은 사람 중에서 부부라는 인연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짧게는 20여년에서 많게는 30~ 40년간 전혀 다른 라이프스타일로 살던 남녀가 만나 갑자기 한 집에 살게 되었는데 사사건건 다른 부분이 나타나야 정상이다. 오히려 완벽히 일치한다는 것이 이상한 일일 수 있다. 우선 부부싸움에는 이기고 지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싸움을 하다 보면 감정이 상해 상대방을 이기려는 마음이 생긴다. 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한 대화가 결국은 ‘내가 옳다’는 것이 입증되어야만 직성이 풀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다들 겪게 마련인 부부싸움은 결국 이기는 것이 아닌 다음엔 똑같은 주제의 싸움이 일어나지 않게 합의점을 찾는데 있다. 부부 문제 전문 카운슬러들이 귀띔하는 부부싸움 잘하는 노하우를 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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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은 가능한 논쟁의 중점서 벗어나지 않고 둘 만의 규칙을 세워서 해야 싸움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진은 연인간 의사소통 문제를 다룬 영화 ‘더 브레이컵’(The Break Up). >

논쟁 주제서 벗어나지 말도록
종종 하나의 문제로 다투다 보면 이런저런 문제들이 다 튀어나오고 해묵은 감정이나 과거의 일을 다 끄집어내게 되는데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대화법이다.
‘부부 싸움은 칼로 물 베기’란 속담도 있지만 실상은 칼로 물을 벤 것처럼 흔적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이기에 말 한 마디나 행동 하나에 큰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부부싸움도 전략이 필요하다.
최소한 문제의 발단이 된 현재의 주제에 집중하여 대화를 하고 예전에 있었던 일을 들추어내거나 논쟁 외의 문제를 끌어들이지 말아야 한다. 특히 성격, 집안, 능력 등 이미 정해져 있는 부분은 공격하지 말아야 한다. 상관없는 시댁이나 처가의 험담을 늘어놓는다거나,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이혼하자, 헤어지자는 말을 내뱉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할 부분에 해당된다.
특히 언어폭력은 신체적인 폭력처럼 무서운 상처를 줄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저마다 듣기 싫어하는 말 중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약점을 꼬집는 말은 그 중 최상으로 꼽힌다. 그리고 홧김에 집을 나가거나 친정으로 달려가는 것은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이 깊어지게 하는 행동이므로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밖에서 싸움을 시작했다면 집에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끝을 내고 화해하고 또한 싸움을 시작한 장소에서 벗어나지 말고 그 장소에서 마무리한다.

‘타임아웃’과‘포인트’를 잡자
부부싸움은 이기고 지는 다툼이 아닌, 치열한 대화라고 여기고 상대방에게 본인의 말들이 어떠한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사랑하고 좋아하는 감정보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시간과 노력의 투자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그 순간에 지나치게 화가 나서 감정을 추스르기 어렵다면 “잠깐 생각 좀 하자”고 말하여 여유를 두고 ‘왜 싸우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본다.
급격하게 화가 나고 분노가 느껴지며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의 강도를 조절하여 잠시 시간을 두고 상황을 잠잠하게 만들면 다툼의 수위와 횟수를 훨씬 줄일 수 있다.

규칙을 만들자
부부싸움도 서로 마음만 먹으면 자기만의 문화를 만들 수 있다. 그중 하나가 둘의 사이가 좋을 때 화해의 방법을 정하는 것이다.
‘절대 각방을 쓰지 않는다’ ‘반말하지 않는다’ 등 싸우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최소의 규칙들을 세워놓는 것이다.
부부싸움 중에도 반드시 지켜야 할 둘만의 규칙을 세우는 것이 더 큰 불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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