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가정교육이 중요합니다

2007-09-10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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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효섭(목사/아동문학가)

새 학년도를 맞아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갔다. 긴 여름방학 동안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다가 이제는 좀 허리를 펴게 되었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을 주중에는 학교에 보내고 일요일에 주일학교에 보내면 교육은 잘 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데 그것은 큰 오산이다. 바람직한 인간으로 성장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정교육이다.

윈스턴 처칠 경이 세계적인 인물이 되자 런던의 한 신문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처칠을 지도한 교사들을 찾아내어 소개한 일이 있었다. 처칠 수상은 즉시 신문사에 항의하였다. “귀 신문은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최고의 선생님, 나의 어머니를 빼먹었소이다”아이들의 인격 형성은 집에서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준 만큼 된다고 생각하면 거의 틀림이 없다. 남을 자주 비난하는 부모를 보며 자라난 아이는 남을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인간이 된다. 미워하고 욕하는 환경에서 자란 아이는 싸우기 잘 하고 공격적인 인간이 된다. 조롱받고 핀잔 듣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아이는 지나치게 부끄러워하는 소심한 인간이 된다. 반면에 큰일을 당해도 차분하고 조용하게 해결해 나가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는 잘 참는 사람이 된다.


격려 받고 신뢰 받는 분위기에서 성장한 아이는 긍정적이며 자신감을 가진 인간이 된다. 칭찬을 많이 받으며 자라난 아이는 남에게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이 된다. 바르게 사는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는 정직하고 정의로운 인간이 된다. 평화롭고 안심을 주는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는 믿고 맡길 줄 아는 사회인이 된다. 아이들의 미래는 날마다 그 부모가 결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키산(Robert Keeshan)박사는 미국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하는 말을 분석했는데 가장 많이 쓰는 말은 “지금은 안돼, 바쁘니까 가서 텔레비전이나 봐”라고 한다. 아이들이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지금은 안돼!” 하고 말한다면 과연 언제 그 때가 온다는 말인가? 아이들에게 유명 상표가 붙은 옷도 사 주고 컴퓨터도 사 주지만 정말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은 주지 못할 때가 너무 많다. 부모의 거절과 무관심이 반복되는 동안에 아이들은 자란다. 그 아이가 열 서너 살이 된다. 눈빛이 흐려 보인다. 무엇인가 변화가 이 아이에게 일어나고 있음이 분명하다. “얘, 무슨 일이 있었니? 어찌 된거야. 말 좀 해봐” 이번에는 부모가 안타까워진다. 소년과 소녀는 입을 다문다. 이미 너무 늦었다. “지금은 안돼!” 하던 부모의 오랜 거절이 되돌아 오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바람직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위하여 어떤 가정이 가장 이상적일까? 첫째 아이들이 가족에게 밀착되어 있는 느낌을 받는 가정이다. 똘똘 뭉친 가정, 가족들이 나에게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줄곧 느끼는 가정이다. 부모가 나의 고민과 걱정을 잘 알고 있고 언제나 나를 도와주려 한다는 확신을 갖는 관계를 가리킨다. 둘째로 바람직한 가정은 아이들이 자유와 책임감을 모두 느끼는 가정이다. 연령에 따라 그 때
그 때에 필요한 발언, 행동의 자유가 충분히 주어지는 가정 분위기이다. 부당한 억압과 제한을 받지 않고 있다는 느낌, 명령과 복종의 분위기가 아니라 선택과 협조의 분위기를 말한다. 동시에 성장 과정에서 나이에 어울리는 가정적 책임, 즉 청소, 부엌일, 마당 치우기 등의 일이 적절히 부과되어 가족으로서의 책임을 배우고 생활하는 가정이다.

셋째로 두려움이나 염려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사는 가정 분위기이다. 부모의 눈치를 살피며 사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생각과 의사를 거침없이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이다. 위로와 격려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평화의 분위기이다. 부부싸움을 보이는 것은 이런 분위기를 해친다.넷째, 자기가 부모님의 흡족한 사람을 받고 있음을 확실하게 자주 느끼는 관계가 바람직하다. 자기를 향한 부모의 말과 행동에서 아늑함과 안정감을 수시로 느낀다. 부모가 자기를 정직하게 대하고 있으며 무엇이나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신뢰감이 있고 외로울 때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의 느낌을 주고 있는 가정이다.

가정이란 어떤 곳인가? 세상 근심은 밖으로 문 잠그고 평화와 위로는 안으로 잠긴 곳, 실수와 허물은 가려지고 사랑과 만족이 꽃피는 곳, 아빠에겐 천국 엄마에게 온 세상, 아이들에겐 파라다이스가 되는 그런 곳이 가정이다.그대가 최고로 대접 받을 수 있고 그대를 알아주고 용서하는 곳, 그대의 편들이 그대를 도우려고 기다리는 곳, 그런 곳이 작은 천국, 가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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