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잊지 못하는 정(情)들

2007-08-15 (수)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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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뉴저지 리버에지)

매년 여름만 되면 틀림없이 우리 부부를 초청해서 1박2일을 같이 지내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는 30년 전 필자가 맨하탄에서 한인식당을 경영하고 있을 때 공부하고 싶으나 학비 마련이 어렵다면서 식당에서 일을 할테니 야간에라도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던 젊은이다.

그의 간청을 듣고 필자도 단신으로 1.4후퇴 때 남하하여 고학으로 남들만큼 공부한 것을 생각해서 밤 영업에 일손이 딸리지만 그를 고용하여 학업을 계속하도록 해서 대학을 무사히 졸업했다.그는 그 고마움을 지금까지 잊지 않고 있어 금년 봄에는 1박2일간 뉴욕 북쪽의 좋은 골프장으
로 안내하여 즐거운 골프여행을 하게 했고 이번 여름에는 또 롱아일랜드 바닷가에 있는 자기 별장으로 초대하여 자기 소유의 배로 바다낚시며 주위의 골프장에서 골프까지 같이 치도록 해 주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필자의 아내와 반세기 전 여고시절의 우정이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친구가 있다. 작년 여름, 우리 부부가 서울에 갔을 때 3일 동안이나 자기 집에 초대하여 강원도의 원정 골프까지 치도록 해 준 일이 있는데 그 친구는 또다시 캐나다 밴쿠버의 딸네 집까지 와서 우리
부부를 초청했으나 선뜻 응하기가 어려웠다.

숙박시설은 친구가 장만했다고 하나 뉴욕에서 그곳까지 6시간의 항공료와 거기서 다닐 자동차 렌트비 등이 한 두푼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딸들이 엄마와 그 친구의 두터운 우정관계를 기뻐하며 왕복 항공료, 자동차 렌트비, 거기에다 여비까지 두둑히 장만해 주어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떠나오기 하루 전날은 일일관광으로 빅토리아 섬을 1시간 반동안 관광선을 타고 갔는데 그 배의 크기는 길이가 100여 미터이고 너비도 30여 미터의 대형 관광선이라 6층인데 1층은 수 십대의 자동차를 싣고 2층은 콘테이너 자동차와 관광버스 10여대를 싣고 5층에는 100여명이 동시에 식사할 수 있는 자리가 있고 나머지 층은 수 백명의 관광객들의 좌석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곳에 도착하자 박물관을 관람하고 주 의사당을 견학했는데 주의회 의원 57명의 의석이 여야 양쪽으로 분리 배치되어 있었다. 의사당 내부를 견학하면서 한국의 의사당도 그칠줄 모르는 데모대들의 광장이 될 것이 아니라 이곳처럼 매일 수 백대의 관광버스가 정착하여 관광수입을 올
렸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공상도 해 보았다.이번 관광을 통해 나의 아내와 그 친구간의 우정이 더욱 두터워져 무엇보다 더 보람있는 여행
이었다. 이 달 말에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우리들과 같이 영원한 정을 유지하는 것처럼 지난 날의 감정을 씻어버리고 남북의 이산가족들이 독일이 통일되기 전처럼, 동·서독인들이 자유로이 왕래한 것처럼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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