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의 선물

2007-07-17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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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로 인해 에이전트들은 공인이라는 울타리 안에 행동이 조심스러워지고 때론 언짢은 일이 있어도 일일이 내색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자연스러움보다는 보여지는 모습에 익숙해 깔끔한 옷 매무새에 한 번 더 거울 앞에 서게 된다. 얼굴과 이름이 알려지다 보니 크고 작은 단체나 새로 생긴 모임에 가담하라는 문의가 줄지 않는다. ‘자라는 2세에게 조국의 사랑을 심어주고 불우한 이웃을 돕고…’ 천편 일률적인 구호 아래 모임의 취지가 비슷하다.
때론 이름만 걸어 놓고 전혀 봉사활동을 하지 못해 또 다른 단체의 가입은 고사하지만 마음만 앞선 선행에 스스로 부끄러운 적도 있다. 일일 식당 등 한차례 행사가 끝나면 특별한 도움을 주지 못해도 다음 날 신문 로컬 지면에 크게 실려진 사진에 인사 받기 바쁘다. 몇 년 전 소속 회사에서 대대적인 장학금 전달식이 있었다.
고객으로 인해 번 소득의 일부를 조금이나마 기꺼이 환원하고픈 마음으로 발 들여 봤지만 본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연일 신문에 광고하듯 넘치는 홍보에 낯 뜨거워 지면서 그 한 번으로 접어 버렸다.
그저 조용히 혹은 익명으로 도우면서 마음으로 정성을 드리는 편이 낫다고 느낀 것은 그 행사로 인해 갑자기 선행을 한 듯 보여져 끝없이 이어진 주변의 뜨거운 인사 때문이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의 의미는 어떤 것일까? 늘 미래를 모르는 우리들의 삶이기에 그저 지금 내 앞에 놓여진 현실의 여유를 물질이든 마음이든 상대방과 나누는 것이리라.
거창하게 붙여진 선행이라는 단어에 움츠려 드는 것은 도우려는 마음보다 내 속에 자리잡은 불거진 생색과 자기 합리화 때문이다. 기꺼이 돕고 싶다면 타인이 알지 못하게 한결 같은 마음으로 뒤에 따라올 만한 대가를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내 손에서 떠난 물질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않는 한 진정한 봉사는 없다.
넘치는 물질 축복을 기대하면서 내는 십일조에 기대하는 만큼의 축복이 오지 않을 경우 당장 스스로 시험에 들기도 하는 것은 마음으로가 아닌 머리로 계산적인 헌금을 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가 어려우면 마음에서 우러러 나오는 정성과 기도를 기쁘게 드리면서 자유롭게 하는 것이 쥐어 짜내듯 바치는 헌금보다 더 나을 수 있다. 형식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진실이 우리 모두에게 무엇보다 소중하다. 하루에도 잘 알지 못하는 고객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공통점은 고객이 선호하는 집은 당장 팔기 위해 리모델 한 것 보다 오랫동안 주인이 쓸고 닦으면서 마음으로 정성을 기울인 집이다.
부동산 시장이 바이어 마켓으로 돌아서면서 에이전트에게 반갑지 않은 주문이 들어 온다. 집을 사면 커미션의 일부를 돌려 달라거나 냉장고 신형 모델 넘버까지 적어 주며 꼭 사내야 한다는 강요를 주저하지 않는다. 에이전트는 최선을 다해 집을 잘 사드리기만 하면 되는데 어떤 분들은 고객으로 인해 커미션이 나오는 것이니 그에 대한 감사 치례는 당연한 것 아니냐며 관례처럼 주입시킨다. 신명이 나서 일하다 브레이크가 걸린 기분이 들면서 소중한 인연보다 원하는 물건으로 딜이 매듭지어 지는 것이 안타깝다. 에이전트가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감사의 선물이 고객의 가정을 위해 성의껏 드리는 기도라고 한다면 부족한 것일까? 선물과 에이전트의 정성을 비례한다고 보는 현실이 삭막하기만 하면서 그나 저나 커미션 덤핑은 언제 없어지려는지 답답해진다.

(562)304-3993
카니 정
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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