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과학영재들 ‘토론게임’서 한국팀 결승 진출

2007-07-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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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제20회 국제청소년물리토너먼트(IYPT) 대회가 열리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경원대학교 아름관.

결승 진출 3개팀을 가리는 이날 예선 최종라운드에서 27개국 28개팀 140명의 각국 대표팀은 세 팀씩 조를 편성해 한 팀이 발표하면 상대팀이 반론과 평론을 전개하는 방식으로 숨막히는 토론게임을 벌였다.

모든 언어가 영어로 진행되는 대회에서 전날까지 한국 대표 2개팀의 성적은 3등과 5등.


이 때까지 3등을 고수하고 있던 한국2팀(한국과학영재학교-경기과학고 연합팀 5명)의 예선 최종라운드 상대는 폴란드와 브라질팀.

폴란드팀 여학생이 잉크가 물에 떨어진 뒤 퍼져 나가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승부는 한국팀으로 기울어졌다.

주어진 문제는 볼펜 잉크가 물 위에 떨어진 뒤 일정한 모양을 갖고 떠다니면서 회전하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멈추는 현상.

잉크 방울에서 기름성분이 빠져나오면서 추진력이 생기고 그릇 표면의 재료에 따라 회전하다 잉크에서 빠져 나온 기름이 물 표면 전체를 덮을 때 잉크의 움직임이 중단되는 것을 역학과 유체역학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 출제의도였다.

그러나 폴란드팀은 볼펜잉크(유성)가 아닌 만년필잉크(수성)로 실험을 수행해 출제의도와 엉뚱한 결과가 나왔고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이를 파고든 한국팀 박지현(18.과학영재학교 3년) 양의 반론에 속수무책이었다.

승기를 잡은 한국팀은 면도날을 물 위에 띄웠을 때 발생한 표면장력의 전기를 띤 물체가 접근하면서 일어나는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했으나 브라질팀은 주어진 반론시간 8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심사위원들 손에 스코어카드가 올라가자 과학영재교-경기과학고 연합팀원들의 입가에는 안도의 미소가 흘러나왔다.


과학영재교-경기과학고 연합팀은 이로써 최종예선에서 3위에서 2위(224.3점)로 결승전에 진출해 오는 11일 예선 1위 호주팀(226.5점), 3위 뉴질랜드팀(222.4점)과 우승을 놓고 한 판을 겨룬다.

한국연합팀장 옥종목(18.과학영재교 3년) 군은 팀원들이 모두 충실히 자기 역할을 해준 덕분이라며 그동안 준비한 실력을 결승전에서 남김없이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2팀(민족사관고)도 이날 최종예선전에서 선전했으나 상대팀인 체코와 헝거리팀이 상대적으로 약세인 탓에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지 않아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됐다.

이번 대회 실무위원장인 박찬웅 경원대 물리학과 교수는 대회 1년 전에 출제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험기구를 디자인하고 이를 다시 수정하면서 연구하는 과정이 전문연구과정을 그대로 닮았다며 이는 기존 공교육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IYPT는 과학적 지식 이외에도 팀원 간의 협력과 의사소통, 발표 및 토론능력 등을 함양할 수 있어 새로운 과학교육의 방법을 제시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조직위측은 설명했다.

(성남=연합뉴스) 김경태 기자 kt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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