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채털레이 부인’(Lady Chatterley)★★★★½

2007-07-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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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레이 부인’(Lady Chatterley)★★★★½

▲숲속에서 정사를 나눈 뒤 올리버가 채털레이 부인의 머리에 붙은 검불을 뜯어내고 있다.

만지고 싶은 사랑… 에로틱 로망의 진수

여성 시각으로 조명한 ‘욕망의 여성’
노골적 성 묘사까지 우아한 영상으로

육체의 쾌감을 찬양한 D.H. 로렌스의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프랑스 영화로 프랑스의 오스카인 세자르 작품, 여주연 및 각색상을 받았다.
경이롭도록 아름답고 고요하면서도 정열이 불타는 영화로 가슴 속을 깊이 찌르고 들어와 오랫동안 머무르는 달콤한 비수의 통증을 느끼게 된다. 서늘하고 고독한 눈물의 감촉으로 보는 사람의 가슴을 만져주는 시적이면서도 매우 솔직하고 사실적인 영화다. 상영시간 168분이 오히려 빨리 지나가는 순간순간이 사로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고결한 작품이다.
1920년대. 양가 출신의 아름답고 정숙한 20대의 콘스탄스(마리나 핸즈)는 1차 대전에 참전, 하반신 불구가 된 탄광주인 남편 클리포드 채털레이(이폴리트 지라르도)와 몇 명의 하인들과 함께 숲속의 대저택에서 살고 있다. 가끔 있는 손님 초대와 아내로서의 일상의 따분함에도 불구하고 콘스탄스는 남편을 돌보면서 독서와 산책 등으로 하루하루를 잘 보내며 산다.
어느 가을 날 콘스탄스는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채털레이가의 사냥터지기 올리버 파킨(장-루이 쿨로시)이 가금류를 키우고 연장들을 보관하는 오두막까지 걸어 도착한다. 저녁 요리로 꿩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하러 온 것. 콘스탄스는 오두막에 이르기 직전 우람한 상체를 드러낸 채 몸을 닦는 올리버의 모습을 보고 황홀감에 뒤흔들려 주저앉고 만다.
그리고 콘스탄스는 올리버에게 긴 산책 끝에 오두막에서 쉬기 위해 따로 열쇠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한다. 콘스탄스와 올리버는 만남을 거듭하면서 계급 차이를 던져 버리고 서로의 몸과 마음을 육체적 욕망에 내어맡긴다. 콘스탄스는 예의 바르고 몸 약한 남편과 극적으로 다른 강건하고 흙냄새가 나는 40대의 올리버와의 육체적 접촉에 영육이 모두 전율하는 쾌감을 맛본다.
그리고 올리버는 이 아름답고 올바른 여인의 상냥한 내면과 육체적 즐거움에 아이처럼 희열하는 본능에 역시 몸과 마음을 활짝 열어준다. 둘은 만남을 거듭하면서 육체의 희열과 함께 서로 성장하고 또 깊이 사랑하게 된다.
남녀의 전신 나체가 노출되고 매우 사실적인 섹스신이 있지만 전연 저속하거나 야하지 않고 솔직하게 관능적이어서 아름답다. 섹스신이나 나체를 대단히 사려 있게 묘사했는데 육체적 정열의 기쁨과 머뭇거림과 부끄러움 등이 조심스럽게 그려져 감동이 더 깊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콘스탄스와 올리버의 사랑과 육체적 희열도 깊이와 나이테를 더해 가는데 햇볕 속에 내리는 굵은 빗줄기를 맞으며 두 남녀가 알몸으로 아이들처럼 뛰놀다 진흙바닥 위에서 정사를 하는 장면이 순진하기 짝이 없다.
몽롱한 빛을 내는 촬영과 천상의 것과 같은 음악도 좋은데 특히 눈부신 것은 두 남녀 배우의 연기. 핸즈가 육체적 희열에 변화되면서 얼굴과 전신에서 빛을 발하는 모습을 감지할 수 없도록 섬세하게 묘사하고 우람한 체구와 삶의 경험과 체념이 배인 얼굴을 한 쿨로시의 부드러움과 연민에 가득 찬 연기가 훌륭하다. 여류 파스칼 페랑의 확실한 연출 솜씨가 돋보인다. 성인용. 선셋 5(323-848-3500), 모니카(310-394-9741),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타운센터5(818-981-9811), 랜드마크(310-281-8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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