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심 커가는 ‘Maintenance Free’ 가드닝

2007-07-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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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를 걷어내 버릴까

남가주의 여름은 뜨겁다. 원래 사막 지역이라 대낮 땡볕이 내려 쬘 때는 뜨겁다 못해 땅이 탄다. 이런 지독한 기후에 집 앞뒤 뜰을 푸른 잔디와 나무로 무성하게 유지한다는 것은 수고가 보통으로 드는 일이 아니다. 스프링클러 시스템이 잘 돼 있다 해도 잔디와 나무를 푸르게 가꾸기 위해서는 수고가 따프고 물 값도 많이 든다. 남가주보다 여름이 더 지독한 뉴멕시코 샌타페에 세컨드 홈을 갖고 있는 B씨는 여름 뜰 관리에 고민하다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 잔디를 가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였지만 쉬 타죽고 말아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타는 사막의 땅에서 잔디를 유지하기란 잔디를 즐기기보다 잔디의 노예가 되어 받드는 꼴이었다.

뜨거운 여름 잔디 관리는 고역
물 안줘도 되는‘지어리스케이핑’주목
가뭄에 강한 토착 관목으로 조경


잔디가 깔린 조경이 과연 이런 고생을 할 만큼 가치 있을까 고민하다 자유를 얻는 길을 선택했다. 잔디를 걷어내고 물 안줘도 되는 뉴멕시코 토착 관목과 선인장을 심었고 그는 잔디를 포기함으로써 뜰 관리란 노역에서 해방됐다.

▶지어리스케이핑

물 안줘도 되고 가꾸지 않아도 되는 뜰(low maintenance yard). 그런 이상적인 뜰은 없을까? 전국의 많은 홈오너들이 미국 조경의 고정관념이 된 잔디를 포기하고 지어리스케이핑(Xeriscaping)쪽으로 틀고 있다. 물 값도 비싸지고 지역에 따라서는 물 대기도 어려워진 사정도 있지만 지어리스케이핑이야말로 비용절감형이며 친 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지어리스케이핑이란 그리스어로 dry란 뜻인 xeros와 lanscape가 합성된 말로 사막 지형에서의 조경이란 뜻. 잔디를 걷어낸 자리에 자갈이나 돌을 채우고 야카 나무를 군데군데 심는 식이 전형적이다.
가뭄에 잘 견디는 식물 전문 캐털로그 업체인 ‘하이 컨트리 가든’의 마케팅 디렉터 애바 새먼은 “해당 지역의 천연 강우량이나 자연 환경에 적합한 식물을 골라 심는 것이 메인티넌스 프리 가드닝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지어리스케이핑에서는 수종 선택이 가장 중요하며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
솔트레이크 시티 소재 조경 디자인 업체인 ‘지어리스케이프 디자인’(Xeriscape Design)의 프랜치 디롱은 “지역 풍토에서 잘 견뎌낼 수 있는 토착, 비토착 식물을 잘 배합해 심는 것이 조경의 포인트”라고 조언한다. 잡초가 생기지 않도록 나무 주변을 멀치로 덮고, 물을 줄 때도 스프링클러 대신 나무 자리에만 물방울이 떨어지도록 하는 시스템이 낫다.
캘리포니아 토착 식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미들브룩 가든스’는 뜰에 잔디 대신 토착 야생화를 심거나 인조 잔디를 설치할 것을 권한다. 특히 뜰이 넓은 샤핑 몰이나 학교 등지에서는 전통적인 잔디 대신 가뭄에 강한 다른 식물을 심는 것이 추세다. 잔디를 거부하는 이 회사의 웹사이트 명은 ‘losethelawn.com’.
단 메인티넌스 프리 가드닝이라고 해도 조심해야 할 점이 있다. 물을 안 줘도 되는 식물(drought-resistant plants)이라도 심은 첫 해에는 물을 주고 잘 돌봐야 한다.
뿌리가 땅에 일단 자리를 잡으면 천연적으로 내린 물만으로도 잘 살지만 착근도 하기 전 물을 안주면 말라 죽어버린다. 뿌리 시스템이 땅에 제대로 자리를 잡아 기능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는 대개 1년은 걸린다. 그 뒤 일단 착근하고 나면 물을 따로 주지 않아도 잘 산다.
▶가뭄에 강한 잔디

꼭 잔디를 유지하고 싶다면 물을 적게 먹는 잔디 품종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버팔로 잔디는 천천히 자라는 품종으로 일년에 적게는 15인치의 물만 있어도 견뎌내며 땡볕이 내려쬐는 뜨거운 곳에서도 잘 자란다.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잔디깎기도 계절에 한번씩만 해줘도 된다. 이 잔디의 단점은 더위에 강한 대신 추위에 약해 기온이 내려가는 계절에는 동면에 빠져 누렇게 변해 버린다는 것이다.
고온 다습지역에는 피스커스 잔디나 두 가지 이상의 품종 잔디를 섞어 심는 방법도 있다. 내셔널 가드닝협회는 더위에 강한 품종과 추위에 강한 품종의 잔디를 섞어 심어 놓으면 뜨거운 여름이라도 누렇게 변하지 않고 푸르게 잔디밭을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인조 나무와 잔디
조화나 인조 잔디를 심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캘리포니아 오션사이드 소재 ‘트리스케이프 인터내셔널’은 인조 나무와 관목 제조업체로 다양한 실외 플랜트 라인을 갖고 있는데 주로 공항이나 샤핑 몰 등 상업용 건물이 주 고객.
이 회사는 “뉴요커들도 인조 팜 트리 아래서 시원한 저녁나절을 즐길 수 있고 샌디에고 거주자도 물 안줘도 되는 고사리 나무, 참나무의 우거진 그늘을 가질 수 있다”며 풍토에 무관한 조경이 가능함을 강조한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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