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남미의 농경 역사, 중동만큼 뿌리 깊다

2007-06-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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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북부에서 땅콩과 목화, 호박 등 9천~5천년 전 농작물의 흔적이 발견돼 남미 대륙의 농경 역사가 중동지역 만큼이나 유서 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학자들이 발표했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톰 딜레이 교수 등 연구진은 페루 북부 안데스 산맥 서쪽 기슭 난촉 계곡의 인류 주거지 바닥과 화덕에서 약9천200년 전의 호박과 7천600년 전의 땅콩, 5천500년 전의 목화 등 고대 작물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논문을 통해 보고했다.

연구진은 이밖에 키누아처럼 생긴 곡식과 카사바 등 원시 곡물, 다양한 덩이줄기 식물 및 열매들이 밭을 구획한 흔적과 수로, 창고 구조물, 곡괭이 등 유물과 함께 발견됐다고 밝혔다.


딜레이 교수는 난촉 주민들이 농사를 발달시킨 것이 문화적 사회적 변화의 촉매가 돼 결과적으로 5천500~4천년 전 안데스 고지와 해안 지역에 집약적인 농사와 제도적 정치권력, 도시의 탄생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안데스 산맥에서 고대부터 농경 생활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했지만 이처럼 오래 된 증거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인류 최고(最古)의 농사 흔적은 중동의 이른바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발견된 1만2천~1만년 전의 밀과 보리, 콩 등이다.

딜레이 교수는 우리가 발견한 작물들은 이 지역에서 야생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아마도 다른 지역에서 먼저 작물화된 후 상인들이나 원예가들에 의해 반입된 것으로 믿어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의 돌로레스 피러노 박사는 1만1천~1만년 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큰 환경 변화가 일어나고 이에 따라 야생 식물과 동물의 분포 역시 달라지면서 광범위한 지역에서 이 때 농업에 큰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워싱턴 AP.로이터=연합뉴스) youngn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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