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직 한국대통령, 전직 미국대통령

2007-06-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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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진(변호사)

김영삼, 김대중 전직 대통령들간의 불화는 오래 전부터 있었던 일이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두 전직 대통령들의 적대감정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들 두 전직 대통령들 간의 적대행위는 단순히 그들만의 일이 아니고 국가와 국민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으며 그 반목이 국민들 사이에 특히 영남과 호남의 반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두 사람은 공인 중의 공인이다. 공인은 일반인과 달라야 하며 개인의 감정이나 사리사욕에서 초연해야 한다. 대통령을 지냈던 사람이라면 국가와 국민을 위한 비전이 있으며 국가의 안위나 국민의 복리를 위해 누구보다도 더 걱정하는 위치에 있는 가장 높은 직책의 직분이다. 국가의 지도자로서 국가관이 서로 다른 것은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이유로 서로 반목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자제해야 할 일이다.


두 대통령은 자신들이 영남과 호남 출신이라는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들의 움직임은 영호남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김대중 대통령은 호남 사람들의 절대적 지지와 존경을 받고 있기 때문에 대선에 개입함으로써 호남 사람들을 자극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김영삼 대통령도 자유스러울 수 없으며 그가 대선에 개입하면 본인의 뜻은 어디에 있던 영,호남의 갈등이 더 고조될 것은 틀림없다.
나는 두 대통령의 종교적 바탕을 말하고 싶지 않으나 언급하고자 한다. 한 사람은 개신교 장로요, 다른 한 사람은 오랜 천주교 신자라는 것은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내가 남에게 대접받고자 원하는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것이 기독교의 황금률이다. 상대방을 존중하는 정신은 오직 기독교의 황금률이라기 보다 가정이나 사회나 국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도덕적, 윤리적 기본 정신이다. 국민들 앞에서 노골적이고 공개적으로 반목하고 있으니 국가의
지도자로서나 신앙인으로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 간에 반목이 있으면 이들을 훈계하고 선도하여야 할 위치에 있는 지도자 중의 지도자요, 어른 중의 어른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서로 싸움질을 하고 있느니 이런 상황에서 과연 국민간에 잘 지내라고 한다면 설득력이 있을까?

이번 대선기간 동안 두 김 대통령은 정치에 초연하기 바란다. 누가 차기 대통령이 되던 대한민국은 계속 전진할 것이다. 남산도 우뚝 솟아있을 것이며 한강도 유유히 흐를 것이다.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그만큼 증진되었다. 정치 후배들의 생각과 정책을 존중해야 하며 참신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도록 문을 활짝 열어두어야 한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은 일단 임기가 끝나면 대선정국에 끼어들지 않는다. 후보자들의 인격과 자유로운 정책경쟁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시절에는 큰 공과가 없었어도 퇴임 후 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심 없이 노력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존경심이 저절로 나온다. 카터 대통령의 퇴임 후 행적은 모두가 알고 있다. 석달 전에 작고한 포드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언론들은 그의 인격을 높이 평가하며 그가 다시 태어난 대통령이라고 칭찬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운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나라 정치 지도자들이 하는 것을 배울 필요가 있다. 부시와 클린턴 전 두 미국대통령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부시 전 대통령의 재선은 클린턴의 도전으로 패배했다. 클린턴이 현 부시대통령과 동갑이니 부시 전 대통령에게는 아들과 같은 나이다. 그런데 이 두 전직대통령은 아주 가까운 친구가 되었다. 자기를 백악관에서 쫓아낸 정적과 친구로 지내는 것을 보고 부러워하지 않을 수 없다.그들은 물론 정치적 철학은 완전히 다르지만 나라를 위해서는 힘을 합한다. 그들은 벌써 수 차례에 걸쳐 공동으로 미국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구조를 위한 미국 공동대표로 일했고 국가의 중요한 일에 미국을 위해서 공동대표로 노력했으며 또 옐친대통령 장례식에는 조문단 공동대표로 참석했다. 그러면서 사적으로 모임에 같이 가고 골프도 같이 치는 친한 친구라는 것을 미국인들은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전직 대통령을 둔 국민들은 참으로 행복한 국민들이다.

대선이 한국에 막 닥쳐오고 있다. 미국은 내년 11월이 선거인데도 벌써부터 대선주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후보자들의 인격과 정책을 존중하는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과는 달리 김 전직대통령은 대선 때마다 선거에 개입하려고 한다. 더 이상 대선에 개입하지 말고 대선 전에 두 사람이 화해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바란다. 두 사람이 화해하지 않고 어떻게 국민들간에 화해를 원하는가. 두 사람이 고령임을 감안할 때 화해할 수 있는 기회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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