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되기 전의 대니얼 펄과 그의 아내 마리앤이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다.

비극을 승화시킨 ‘위대한 가슴’

회교도에 참수당한 WJ 대니 펄 기자
아내 마리앤 얘기 다룬 다큐 드라마
극적 감동 못느끼지만 앤젤리나 졸리 명연기

2002년 파키스탄에서 극렬 회교도들에게 납치돼 참수당한 월스트릿 저널 기자 대니얼 펄과 그의 아내 마리앤의 얘기를 일체 감상성과 센세이셔널리즘을 배제하고 엄격하게 사실적으로 다룬 다큐드라마다. 감독은 ‘이 세상에’와 ‘관타나모로 가는 길’ 등에서 중동문제를 다룬 정치성 짙은 영화를 기록영화식으로 사실적으로 만드는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틈인데 여기서도 그의 이런 특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세상 모든 사람이 그 결과를 잘 알고 있는 내용을 윈터바틈은 마치 수사관이 사건을 수사하듯이 철저하게 조직적으로 군더더기 없이 묘사했다. 그러나 영화가 너무나 기록영화 같아서(감정이 완전히 빠져 나간) 극적 감동이나 흥분을 느끼지 못하겠다.
감독의 자제하는 온전한 연출 스타일과 지나치게 객관적이요 허구적 요소를 통제한 이야기 진행은 보는 사람에 따라 플러스와 마이너스 작용을 각기 따로 할 것이다. 너무 건조한 순경이 도둑 잡는 얘기 같다. 대니(댄 후터맨-‘카포티’의 각본으로 오스카상 후보)는 역시 기자로 임신 6개월째인 마리앤(앤젤리나 졸리)과 함께 파키스탄에서 신발 폭탄테러 미수범 리처드 리드에 관한 얘기를 취재하던 중 2002년 1월23일 실종됐다. 이 뒤로 대니의 모습은 후에 납치범들이 보낸 비디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과거를 회상하면서 나온다.
대니의 위치와 납치범들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쓰는 마리앤과 정부 및 경찰 당국의 시각에서 얘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대니가 납치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미디어가 마리앤의 집으로 모여든다. 가장 유력한 납치범으로 외국인 납치전력이 있는 오마르 사에드 시크가 떠오르나 영화는 그를 범인으로 몰지 않고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진행 과정을 자세히 따라 가면서 사건에 관계된 사람들이 스케치 된다. 이 모든 사람들은 영화의 핵심 인물인 마리앤의 주변 인물들로 이 영화는 마리앤의 이야기다.
원작은 그가 쓴 동명 회고록. 대니를 극진히 사랑하는 마리앤은 남편이 납치된 뒤 처형당하기까지 15주간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담대하게 또 희망을 가지고 견디어낸다. 참으로 위대한 가슴이다.
영화 전편을 통해 마리앤이 오열하는 장면은 딱 한 장면뿐이다 졸리가 비극을 맞아서도 인간적 영혼을 지켜 나가는 연기를 과장과 허식 없이 자연스럽고 차분하게 아주 잘 한다. 마리앤은 현재 5세된 아들과 함께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R. Paramount Vantage. 전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