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맨해턴 부동산 열기

2007-05-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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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이 틀 무렵 나의 ‘애마’ 포드 갤럭시는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의 북단 산허리를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수목이 울창한 숲의 병풍을 따라 굽이굽이 길게 뻗은 80번 프리웨이는 산허리를 나선형으로 감아 돌며 펼쳐져 있었는데 능선에 깔린 안개구름을 쾌속정처럼 헤치고 지나니 차는 어느새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초여름의 새벽공기를 가르며 지리 했던 대학원 공부로부터 탈출의 축가를 불러대면서 친구와 나는 다 식은 ‘빅맥’을 입안에 꾸역꾸역 집어넣고 있었다.
중부 미주리 캔자스시티를 출발해 사흘 동안을 단일 메뉴인 햄버거로 때우며 밤낮없이 교대로 운전하여 달려온 뉴욕의 접경 지역. 차라곤 한대도 보이지 않던 그 새벽녘 도로에서 우리는 가슴 설레는 진풍경을 접하게 된다. 뿌연 안개 속에 나타난 붉은색 머스탱 오픈카에 젊은 남녀가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들은 짜릿한 키스를 깊이 나누며 뉴욕의 입성을 자축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더욱이 이제 막 떠오른 햇살을 정면으로 받으며 여인의 머리카락은 깃발처럼 휘날렸고 보란 듯이 시속 70마일의 속도로 질주하는 내리막길에서 멋진 자태로 자랑스럽게 입술을 포갰던 청춘 남녀의 천연스런 사랑 표현 앞에서 우리는 망연자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딱딱하게 굳어져 입안에서 헛돌던 빵조각을 창밖으로 내뱉으며 잠시 할 말을 잊은 채 눈앞에 펼쳐지는 영상을 우리는 주시하고 있었다.
뜨거운 합치의 숨결은 바람에 흩날리며 우리가 운전하는 고물 자동차의 앞면 유리에 분수처럼 부딪쳐 내렸고 뒤쫓는 자동차 행렬의 객석에서는 숨을 죽여 가며 침묵 속에서 타오르는 라이브의 무료 화면을 황홀경에 빠져 감상하고 있었다. 그 새벽에 핀 정열의 꽃. 햇살을 받아 눈부시도록 강렬하면서도 신선했던 사랑의 분출. 그것이 뉴욕이었다.
뉴욕의 힘이요 열정인 것을 그 아침에 보았다. 원색의 수채화처럼 격정적인 이미지로 내게 다가선 뉴욕. 내 청춘의 시작이요 또한 젊음의 도전을 받아주던 야망의 도시로 오랫동안 필자의 뇌리에 남아 있었다.
최근 대학 졸업생들과 예술가들 그리고 미디어계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맨해턴 안으로 속속 돌아와 업타운 아파트가 북적댄다고 한다.
또한 도시를 떠났던 중산층들도 학군과 커뮤니티가 잘 조성된 뉴욕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추세다. 뉴욕포스트지는 최근 한국을 비롯한 외국 투자자들이 맨해튼 콘도와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택경기 부진에 허덕이는 다른 지역과 달리 미국 뉴욕시의 주택경기는 활황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주춤하면서 다소 하락했던 뉴욕 일부 지역의 집값이 올해 1분기 상승세로 돌아섰다.
뉴욕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128만~136만달러대로 형성돼 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보다 4%~15% 높아진 가격이다. 거래량도 이전 분기에 비해 42%나 늘어났다.
뉴욕에는 각국의 문화가 서로 뒤엉켜 신음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뉴욕 제철’이라는 거대한 용광로에 녹아 결국은 새로운 복합 문화의 쇳물로 재창출되며 그러한 에너지는 곧 미래의 꿈을 포용하는 전위 문화로 변신하게 된다. 봄날의 싱싱한 젊음을 상징하는 뉴욕의 정신이 맨해턴에 그대로 살아서 존재한다면 뜨거운 태양이 바다를 향해 소리치는 상하의 섬 하와이가 바다에 떠 있고 서부 해안에는 음산한 안개를 읊는 잿빛 가을의 샌프란시스코가 있다. 아직도 심중에 불타는 젊음이 살아있다면 다시한번 돌아봐야 하리. 부동산 제국, 뉴욕의 중심부 맨해턴의 스카이라인에서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를.

(213)590-5001
luxtrader@naver.com
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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