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美 연구팀 “변이유전자 표적 암 백신, 면역반응 활성화…암 재발 억제”
췌장암·결장암 성장에 핵심 역할을 하는 변이 유전자(mKRAS)를 표적으로 한 암 백신(면역요법)이 표준 치료를 마친 환자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뚜렷한 생존 연장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UCLA 제브 웨인버그 교수팀은 12일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서 mKRAS 펩티드 항원으로 만든 림프절 표적 암 백신(ELI-002 2P)이 췌장암·결장암 환자 25명에 대한 임상 1상에서 강한 T 세포 반응 유도와 암 재발 없는 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mKRAS 특이 펩티드 항원이 사용된 이 ELI-002 2P 백신은 개인 맞춤형이 아니고 대량 제조돼 즉시 사용할 수 있다며 이 결과는 이 백신이 췌장암·결장암 환자의 생존 연장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췌장암·결장암 재발률은 수술이나 화학요법 후에도 몸 안에 암이 소량 남아 있는 경우 특히 높다고 알려져 있다. 암 백신은 면역세포인 T세포를 자극, 암세포를 인식하고 죽이도록 설계된다.
특히 세포 성장과 분열에 중요한 KRAS 유전자 돌연변이는 결장암 환자의 절반(50%)과 췌장암 환자 대부분(93%)에서 발견돼 암 백신의 좋은 표적이 될 수 있다.
연구팀은 그러나 전통적인 백신은 변이 유전자(mKRAS)에 최적화돼 있지 않고 면역반응 중심인 림프절로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mKRAS 단백질의 특정 펩티드를 합성하고, 여기에 지질 꼬리를 붙여 친수·소수성을 모두 가진 양친매성(amphiphile) 구조로 제작, 림프절로 잘 전달되는 림프절 표적 암 백신 ELI-002 2P를 만들었다.
이어 이 백신을 표준치료를 마쳤지만 혈액에 여전히 암 잔여 징후가 있는 췌장암 환자 20명과 결장암 환자 5명에게 투여하고 19.7개월간(중앙값) 관찰하는 임상시험 1상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68%에서 mKRAS 종양 단백질에 대한 강한 T세포(CD4+ 및 CD8+) 반응이 유도됐고 T세포 반응이 강할수록 전체 생존기간과 암 재발 없이 생존기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을 투여한 췌장암 환자의 전체 평균 생존기간은 28.94개월, 임 재발 없는 평균 생존기간은 15.31개월로 증가했다.
또 T세포 반응 강도가 백신 투여 전보다 9.17배 이상 증가한 그룹과 그 이하로 증가한 그룹을 비교한 결과 T세포 반응 강도가 강한 경우 전체 생존기간과 암 재발 없는 생존기간이 연구 기간 안에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을 만큼 길어졌다.
반면 T세포 반응 강도가 9.17배 이하로 증가한 그룹은 전체 생존기간과 암 재발 없는 생존기간 중앙값이 각각 15.98개월과 3.02개월로 훨씬 짧았다.
이는 백신 투여 후 T세포 반응 강도가 9.17배 증가할 경우 암 재발 위험은 88%, 사망 위험은 77%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ELI-002 2P 백신 투여 후 mKRAS 단백질에 대한 T세포 반응뿐 아니라원래 목표로 하지 않았던 다른 암 표적에까지 면역반응이 확장되는 면역확산이 관찰됐다며 이는 이 백신이 환자의 다른 종양에 대한 T세포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웨인버그 교수는 "이 결과는 림프절 표적 암 백신이 체내 면역세포가 췌장암과 결장암을 효과적으로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훈련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이 백신에 대한 임상 2상 무작위 시험을 추가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