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부동산 일기

2007-04-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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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야경 속으로

홍콩의 밤은 아름답다. 특히 구룡 반도의 남단, 페닌슐라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바라보면 빅토리아 항만의 바닷물 위에 반사된 홍콩 섬의 화려한 네온 야경은 가히 황홀할 지경이다. 섬 뒤편에 자리 잡은 빅토리아 피크(해발 554m)를 배경으로 시원하게 솟아 오른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인과 형형색색의 대형 전광판이 펼치는 현란한 야광 쇼는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항만의 이점에 착안해 거의 물에 닿을 듯 해면에 가깝게 건축된 건물들은 그대로 바닷물에 잠겨 있는 듯하다.
홍콩에서는 중국의 각 지역별 요리를 입맛 따라 찾아 먹을 수 있다. 점심에서 유래된 딤섬(点心)의 다양한 만두 요리를 비롯하여 2,200년 전 만리장성을 쌓은 진시황제 등 역대 황실 귀족들의 미각에 맞추느라 밤낮 없이 개발되었다는 진귀한 중국의 요리들이 선보인다. 약 2,000년 전 한나라 시대에 중국은 홍콩을 흡수하여 항구로서의 조건을 살려 나갔다. 1841년 영국의 식민지 이후 영국의 지배를 받으면서 홍콩은 무역항의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여 중국의 관문으로 초고속 성장을 누리게 되었다.
홍콩의 주권반환 6주년을 계기로 중국과 홍콩은 FTA격인 자유무역협정 CEPA를 체결하면서 침체기를 벗어났다. 중국기업의 홍콩 투자가 2006월 총 22억 달러에 달한다. 중국 관광객도 연속 7%대로 증대하여 사상최고 수준인 2,300만명을 기록하였다. 홍콩은 싱가포르와 함께 세계 최대 컨테이너 항만 서열의 1,2위를 다투고 있다. 항만으로서는 북미에서 LA 롱비치항이, 유럽에선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항만과 독일의 함부르크 항만이 서구권에서 최대 선복(船腹)량을 자랑한다. 홍콩이 심천과 연계해 수출기지와 금융센터의 기능을 동시에 갖는다면 아시아의 진주라는 명성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홍콩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홍콩은 높은 인구 밀도를 기반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부동산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도시 중 하나다. 인파에 밀려 걷는 홍콩의 주말 거리. 중국의 경제특구이며 자유무역지대 홍콩이 가지는 경제력의 상징으로 부동산에 대형 자금이 다시 몰리기 시작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새로운 디자인의 빌딩을 속속 지으면서 홍콩의 스카이라인이 바뀌고 있다. 선홍카이 부동산 그룹은 카울룬 지역에 118층짜리 고층 빌딩인 인터내셔널 커머스 센터를 건설중이다. 홍콩 부동산은 90년대말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침체기에 빠져 있다가 2004년부터 아시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시 활황기를 맞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이 부상하면서 중국 투자를 노리는 기업들이 홍콩으로 몰려왔다. 상하이와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여전히 아시아 본부로 홍콩을 선호하고 있다. 홍콩은 역시 아시아의 관문이다. 10년전 홍콩에 주재할 당시 반짝이던 불빛 야경이 필자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해가 넘어갈 무렵 홍콩 섬에서 구룡반도로 건너는 페리를 타면서 멀어질수록 화려해지는 섬의 야경과 파고를 넘어 입항하는 컨테이너 상선의 위용을 바라보면서 미래를 설계하던 시절이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홍콩은 액세스 지수(Acess:글로벌 시장 개방도) 부문에서 1위를 나타냈고 일본경제연구센터의 분석 결과에서도 국가별 잠재 경쟁력 부문에서 역시 1위를 지켜냈다. 홍콩의 앞날이 건재할 것임을 보여주는 단서다. 홍콩의 야경이 살아있는 한 홍콩의 번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며 따라서 홍콩 부동산의 미래 가치를 필자가 예의 주시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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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하 <윈 부동산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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