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 가격 언제나 회복 되려나…

2007-03-22 (목)
크게 작게
봄은 왔는데, 주택 경기는 언제나 살아날까. 예전 같으면 본격적인 홈 샤핑 시즌이 개막했을 터이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집값은 화끈하게 살아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연초 가격 하락세 둔화와 판매 소폭 상승으로 회복의 기미가 보여 큰 기대를 갖게 했으나 최근 서브프라임 융자 부실 위험이 제기되면서 다시 침체론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샤핑 시즌 돌아왔건만 시계는 여전히 불투명
재고 기록적으로 쌓인 데다 융자까지 어려워져
1~2년내 회복 어렵고 실질 최고가 복귀 요원

주택 경기에 대한 전망이 다시 불투명해지면서 바이어들과 셀러들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지 오리무중으로 떨어지고 있다. 주택 경기 퇴조에도 불구하고 명목상의 집값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는데 회복이 임박했다면 이번 봄에는 집을 매입해야 하지 않을까. 다시 먹구름이 끼는 형국인데 더 지켜봐야 할까.
집값 회복 여부에 관해 전문가들은 대부분 “아직은”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택가격은 주택경기 퇴조에도 불구하고 사실 크게 뒤로 밀린 것은 아니다. 지난 한해 전국 평균 3.1% 하락했는데, 주식은 3월 첫 주중 하루에만 3.4%나 떨어지기도 했다. 무섭게 위로만 치닫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전의 최고가는 빠른 시일 안에는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수년이 걸릴 것이며 어쩌면 그것마저도 낙관적일지 모른다. 지난 역사와 다수 전문가들이 내놓는 전망은 결코 밝지 않다.
주택경기에 대해 언제나 가장 밝은 전망을 내 놓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 전국부동산협회(NAR)마저 조기 회복을 장담하지 못한다. NAR의 수석 경제분석가 데이빗 리리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상반기 중에는 가격과 판매가 미미한 성장을 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2005년 말, 2006년초의 피크에 이르려면 2008년이나 2009년까지 더 가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주택 슬럼프를 장기로 늘어뜨리는 요인은 크게 두가지. 기록적으로 쌓이고 있는 주택 재고와 점증하고 있는 모기지 지불불능 위험이다.
뜨거웠던 지난 주택 붐 기간에 주택건설업체들은 경기에 편승해 집을 엄청나게 지었고 그 결과 현재 시장에는 주택 재고가 기록적으로 쌓였다. 여기에 서브프라임 모기지 지불불능 위험이 고조되면서 렌더와 금융당국은 크레딧을 잔뜩 죄고 있어 주택시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NAR보다 객관적인 무디스는 7년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무디스의 ‘economy.com’의 셀리아 첸 주택경제 디렉터는 전국 주택 가격이 2005년의 피크에 다시 도달하려면 2009년은 돼야 할 것이며 인플레를 감안한 진정한 회복은 7년 이상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집값 회복을 지연시키는 가장 큰 요인은 과잉공급이라고 주택 가격 전문가 휴즈 무어는 분석한다.
완공돼 판매 가능한 새 집은 현재 기록적으로 많은 상태다. 센서스국에 따르면 1월 현재 17만5,000채로 일년 전보다 47%나 크게 늘어났다.
이런 과잉공급 사태로 주택 건설 업체의 사정은 심각하다. 풀트 홈과 KB홈, 센텍스, 호브내니언 엔트프라이즈 등 대형 주택 건설 업체들이 줄줄이 영업 손실로 떨어지고 있다. 최대 주택건설사인 호턴은 아직은 흑자지만 “2007년도 망가지고 있으며 2008년도 좋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최근 내놓고 있다.
센서스 최근 분기 자료에서 매물로 나온 빈집은 210만채. 기록적이다. 일년 전에 비해 34%나 늘어났으며, 이런 기록적인 빈집 증가세가 6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심각하다.
주택 투자자들이 이미 과다공급인 주택시장에 집을 내던지고 있으며, 셀러들은 바이어를 만나지 못해 집을 빈 채로 버려두고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태는 지난 역사에 비춰보면 장기간에 걸쳐 가격 침체가 이어진다는 의미다.
모기지 지불 불능 및 연체 위험이 높아지면서 렌더와 연방감독당국들이 융자기준을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은 더 한 짐이 되고 있다. “일년 전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융자로 살 수 있었던 집을 이젠 살 수 없다”고 노던 트러스트의 수석경제분석가 폴 카스리엘은 말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가진 홈 오너들이 높은 이자율로 조정되어도 재융자를 받을 수 없다. 주택 재고를 더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뉴 센추리 파이낸셜을 비롯, 다수의 서브프라임 렌더들은 신규 모기지 신청 접수를 중단하고 있다.
밝은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피스리 렌딩 솔루션사의 데이빗 스티프는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주택 슬럼프에는 고용 감퇴가 동반되는 것이 보통이었는데 아직까지는 고용 시장에서 퇴조는 발생하지 않고 있어 희망을 갖게 한다”고 말한다. 이전의 주택 침체는 경기 약화로 촉발된 것이었지만 이번은 건설 과잉에서 비롯돼 다르다는 그는 “그러나 집값이 상승하는데는 3~4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버블론의 이론가인 딘 베이커 경제정책리서치센터 공동 디렉터는 진정한 회복은 요원하다고 말한다. “인플레를 고려하지 않은 2005년의 최고 명목가격을 회복하는 데에도 5년 내지 7년은 걸릴 것이며, 인플레를 감안한 실제 가격은 2005년의 최고가로는 영원히 복귀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주택 실질 가격은 거의 플랫을 유지해 왔다. 인플레나 소득보다 2~3%포인트 높은 수준이었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지난 8년간의 고공행진은 기현상이었으며 거품이었다.”

<케빈 손 객원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