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에이전트 일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들

2006-11-23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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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물 소유주가 자신의 건물을 팔고 새 건물을 구입하려고 문의를 해왔다. 그와 그의 와이프를 만났는데 비즈니스 감각이 뛰어나고, 성실하며 좋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우리 팀이 프로페셔널하며 LA 마켓 전문가임을 인정하고 우리와 일하고 싶어 했고, 우리 또한 같이 일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에게 자신의 건물 리스팅을 맡기고 싶었으나, 자신의 건물을 구매해 준 사람이 학교 선배이기 때문에 주저하였다.
결국 그 손님은 학연 때문에 건물을 사준 에이전트에게 리스팅을 주고 우리에게는 현재 건물을 팔고 새 건물을 구입할 때 매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몇 개월이 지난 후 연락이 됐는데 리스팅 가격보다 몇 십만달러 낮은 가격에 오퍼가 들어왔다고 했다.
그 오퍼에는 여러 조건, 즉 컨틴전시가 들어 있었고 긴 에스크로를 요구하였다. 그 모든 오퍼 조항 하나하나에 우리의 조언을 구했다. 최선을 다하여 그들의 질문에 답을 주고 싶었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첫째 그 딜을 담당하고 있는 전문 에이전트가 있는데, 외부인인 우리가 조언을 준다는 것은 에이전트 에티켓에 어긋나며 윤리적인 일이 아니다. 바꾸어 놓고 생각하면 우리가 리스팅 에이전트인데 셀러가 다른 에이전트에 조언을 구한다면 우리의 입장이 거북하게 될 것이다. 가끔 자신의 이익을 손님의 이익보다 먼저 생각하는 에이전트가 있지만 대부분의 에이전트는 자신의 손님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다. 한번 맡겼으면 그 에이전트를 믿고 조언을 얻어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계약서의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은 채 조언을 주기가 상당히 어렵다. 오퍼 서류를 정확히 읽어보고, 바이어의 에이전트와 통화를 하여 추가 요구조건 등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오퍼를 넣는데 쓰이는 서류는 여러 가지이며 각 서류마다 계약 조건이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추가사항이 오퍼의 기본 조건보다 더 복잡하게 얽혀져 있을 수 있다. 상업용 딜에 관한 계약서에서는 큰 글씨로 쓰인 조항도 중요하지만, 많은 경우 작은 글씨체로 코너에 적힌 조건들이 계약의 성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또한 한번 조언을 준다고 딜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다. 딜은 협상하기에 따라서 매 순간 변화된다. 그 순간순간마다 적절한 조언이 주어져야 한다. 에스크로가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것이 부동산의 딜이다.
셋째, 우리가 담당하지 않는 딜에 대해서 조언을 주어 도덕적, 법적 책임을 진다는 것을 회사가 원하지 않는다. 에이전트는 회사에 속해 있기 때문에 에이전트가 하는 딜에 문제가 있으면 회사도 연관이 된다. 이런 연유로 어느 회사든 에이전트가 직접 일하지 않는 딜에 조언을 주는 것을 원치 않는다.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이다. 만일 그 조언이 현재 딜을 하고 있는 에이전트가 아닌 외부 에이전트한테 왔고 조언의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면 그 후속 조치는 담당에이전트에게 떨어진다. 이것은 담당 에이전트에게 공평하지 않다.
한국 전통을 관계를 중요시 해왔다. 이것은 좋은 풍습이나 부동산 딜에 있어서는 학연, 지연관계보다 그 시장의 전문가이고 신뢰가 가는 에이전트를 정하고 그와 딜에 관한 모든 문제를 상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213)534-3243

hchung@charlesdunn.com
정학정
<상업용 전문 Charles Dunn 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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