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달콤한 유혹’

2006-08-10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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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전부터 타 커뮤니티에서 시작됐던 것으로 알려진 사기성 주택매매 행태가 최근 들어 LA와 오렌지카운티 등 한인 부동산업계에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어 큰 우려를 낳고 있다. 앞으로 이 사기 행각을 벌인 융자브로커는 물론 위장 바이어, 리스팅 에이전트, 셀러, 감정사, 은행담당 직원, 에스크로업체 등 불법 거래에 동조한 모든 사람들에게 엄청난 파장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 어바인에 위치한 주택이 70만달러에 리스팅이 나왔는데 76만달러에 오퍼가 들어왔다. 리스팅 에이전트나 셀러들은 당연히 놀랄 수밖에. 1-2달째 오픈하우스를 열어도 오퍼는커녕 전화문의조차 없는 가운데 참으로 이상한 오퍼가 들어온 것이다. 오퍼 조건은 10% 다운에 에스크로가 종료된 후 셀러가 매매비용 및 주택 리모델링 명목으로 리스팅 가격보다 부풀린 6만달러를 바이어에게 돌려준다는 내용이다.
물론 6만달러 리베이트 조항은 정식 계약서에는 없고 ‘Seller Financing Addendum’ 등을 비롯한 별도의 편법적인 양식을 사용한다. 에스크로는 LA의 특정 회사를 사용해야만 하는 조건이고 결국 이 바이어는 노 다운, 100% 융자로 집을 산다. 돈 한 푼 안들이고 집을 사서 부풀린 6만달러의 이득을 챙겨 융자브로커와 바이어가 나눠먹는다. 리스팅 에이전트는 MLS에 있는 리스팅을 취소했다가 다시 높은 가격으로 바꿔놓는 등 사기행각이 수월하도록 돕는다. 집만 팔아 커미션을 챙기면 된다는 식이다. 또한 셀러는 제 값 다 받고 집을 처분했으니 좋다.
일단 집을 구매한 뒤에는 렌트를 준다. 5,000여달러가 월 페이먼트인데 렌트는 2,700달러다. 이 융자브로커는 페이먼트 미납으로 은행차압이 곧바로 들어와 사기행각에 차질을 빚는 것을 일단 막기 위해 차액이 되는 페이먼트를 일단 갚아나간다. 몇 명의 이름만 빌려주는 위장 바이어를 동원해 지금 이 시간에도 수십, 수백건의 오퍼를 쓰고 에스크로를 열고 융자서류를 위조하고 있다. 이런 융자사기로 에스크로가 종료된 주택은 벌써부터 은행 차압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몇 달 내 차압매물이 쏟아져 나올 때 연방정부 등 관련기관의 대대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이다.
모든 융자기관이 연방모기지 가이드라인에 따라 융자를 해주고 있어 이같이 위장바이어를 앞세워 부풀리기식 융자를 받아내 결국 차압당하게 하는 케이스는 직간접적으로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행각인 셈이다.
이런 융자사기 행각을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최고 에이전트들이 본인이 알든 모르든 이런 탈법 계약에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평범한 말을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하는 올 여름이다.

하워드 한
<콜드웰뱅커 베스트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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