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떼를 치며 허그(Hug) 식

2006-05-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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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아침 강단 앞에 한 분이 나와서 서 계시면 회중석에서 몇몇 분이 손에 손에 꽃 한 송이씩 들고 나와서 그 분에게 전해줍니다. 그리고 가볍게 허그를 합니다. 그런데 꽃을 받는 분의 눈망울이 반짝이고 어떤 분은 비오듯 눈물을 흘리면서 한 송이, 한 송이 받아 들고 있을 때 이내 전해주는 사람도 눈가를 훔칩니다. 자리에 앉아 있는 나머지 회중들은 모두 박수를 치면서 한 목소리로 감격스럽게 찬송을 부릅니다.
천국 종을 치고 잔치 베푸네 돌아온 자 참여하도다.
오늘 귀한 영혼 거듭났으니 기쁜 소식 전파하여라.
영광 영광 주께 돌리세 하늘 비파소리 울리네.
파도소리 같은 찬양소리를 천지진동 하게 부르세.
예수님을 믿고 세례받은 분들을 축하하기 위해 그 분이 속해 있는 목장 식구들이 꽃 한 송이씩 전해주면서 허그하며 축복하는 예식을 우리는 허그식이라고 부릅니다. 지난 3년 동안 49명에게 세례를 베풀면서 허그식 할 때마다 매번 받는 감동은 천국 종이 마음속에서 우렁차게 땡그렁, 땡그렁 울려퍼지는 듯한 느낌입니다.
이분들 가운데는 평생 예배당이란 곳은 처음 찾아온 분들이 3분의 2 이상입니다. 허그식 때 감동이 크신 분일수록 그 분의 표정이 감동의 크기만큼 밝아지는 것을 발견합니다. 만만치 않은 이민의 삶도 그만큼 밝아지는 모습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불과 1년 남짓 전에 세례받은 형제 가정에 위기가 찾아왔습니다.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않으면 두 주일 후에는 한국으로 되돌아가야 하는 절박함으로 목장식구들과 간절하게 기도하는 중에 주일예배 설교 때 예수 믿는 사람은 남에게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말씀과 복음성가 ‘왜 나만 겪는 고난이냐고 불평하지 마세요’ ‘힘을 내세요 힘을 내세요’ 찬양을 하는데 이 형제가 바로 자신의 처지와 똑같다는 생각에 복받치는 감정이 폭발해서 오열이 터졌습니다.
나중에 저에게 찾아와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면서 화요일이 가장 중요한 날이므로 기도해 달라는 귀띔을 해주었습니다. 화요일 새벽기도 후에 내내 소식이 없어서 저녁에 전화 걸었더니 잠들었다 하여 뭐가 잘 안되었나 싶었는데 다음 날 예배드리러 나와서 상기된 얼굴로 이런 얘기를 합니다.
화요일에 두 건의 인터뷰가 있었는데 모두 시원찮아서 실망하고 있던 차에 e-mail을 봤더니 전에 모시던 교수님에게 장학금 보조가 나왔으니 받아가라는 내용이었답니다. 부인은 옆에서 이제 살았다며 너무 좋아 어쩔 줄을 모르는데 형제 표정은 단호하게 장학금은 나에게 나온 것이 아니라 다른 학생이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내가 쓰면 그 학생은 어떻게 하냐고. 목사님이 남을 배려하라고 설교하셨는데 이걸 그냥 받아먹으면 예수 믿기 전이나 믿은 후나 아무런 차이가 없지 않냐면서 거절하는 댓글을 보냈다고 합니다. 부인은 크게 실망해서 훌쩍이는데 교수님한테 다시 메일이 오기를 그 학생 장학금은 다른 경로로 해결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젊은 부부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마치 초죽음 상태에서 다시 살아났다고나 할까요? 허그식 할 때의 감동이 되살아났겠죠. 허그식의 감동은 아마도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목장식구들을 통해 포옹해 주시는 감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홍 성 학
(새한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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