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5세기, 최후의 만찬과 다빈치 코드

2006-04-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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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믿음이 모두 헛것이 될 수도 있다. 만일 예수의 부활이 사실이 아니라면… 예수 부활에 대한 논란은 지난 2,000년 동안 크리스천들의 믿음을 까부수기 위해 사용하는 단골 소재였다. 사도 바울이 있을 때도 이미 부활에 대한 논란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바울은 “부활이 없었다면 전파하는 것이 헛것이요, 믿음도 헛것이다” (고전15:14)라는 ‘헛것’ 선언을 강하게 했던 것이다.
오는 5월19일로 예정된 다빈치 코드 영화 개봉을 앞두고 기독교계가 잔뜩 긴장을 하고 있다. 이 영화가 미칠 여파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4,000만부가 팔렸다는 소설에서는 부활에 대한 논쟁은 고사하고 예수는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창녀로 알려진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프랑스로 이주한 뒤 자식까지 낳고 잘 살았다는 내용을 감춰진 진실로 전하고 있다. 또한 중세 십자군 전쟁, 마녀 사냥등 기독교의 역사적 치부, 성경의 정통성에 대한 애매 모호한 부분들을 쉬운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어 과연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왜곡된 부분인지 혼돈이 되는 소설이다.
역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진실은 역사 가운데서 풀어야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이끈 천재 화가, 발명가인 동시에 전쟁무기 개발업자였다. 1452년 피렌체 인근 소도시에서 사생아로 출생한 다빈치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 속에 빠져 사는 공상가로 성장했다.
다빈치는 생계수단으로 성경을 배경으로 한 성화를 많이 그렸지만 그 작품들이 그의 신앙을 대변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다빈치는 인본주의적인 천재로 르네상스 운동을 이끈 선구자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소설이 암시하고 있는 것처럼 다빈치가 시온 수도회와 같은 종교 단체의 회원이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빈치의 대표작인 ‘최후의 만찬’은 요한복음 13:21 말씀을 내용으로 1497년 산타마리아 수도원 식당의 벽화로 그려진 작품이다. 폭이 9미터, 높이가 5미터나 되는 대형 벽화는 완성된 직후부터 식당내부 습기로 인해 심하게 훼손되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다빈치가 죽은 이후 여러 차례 덧칠 작업이 있었다. 또한 2차 대전 당시 독일군들이 벽화를 사격 연습용 타겟으로 사용해 도무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었다. 때문에 최후의 만찬은 다빈치의 그림이라고는 하지만 지난 500년 동안 여러 차례 덧칠을 거듭해 다빈치 특유의 붓 감각이 이미 다 사라져 버렸고, 예수의 형상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희뿌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소설 다빈치 코드에서는 예수 옆에 있는 제자가 사실 사도 요한이 아니라 막달라 마리아의 얼굴이며, 이 점이 바로 예수와 마리아가 특별한 관계라는 것을 입증한다는 다빈치 비밀 코드 해석을 전개하고 있다. 예수의 형상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훼손된 그림을 가지고 말이다.
다빈치 코드 영화 상영을 계기로 오히려 기독교계는 과거에 사도 바울이 했던 것처럼 ‘헛것’선언을 과감하게 해야될 때이다. 지난 2,000년 기독교 역사를 통해 교회는 타락과 위선을 거듭해 왔지만 그 사실은 인간의 타락한 실상을 설명할 뿐 예수의 진실성을 위협하진 못한다. 크리스천의 참 된 모습은 이 세상에서는 낯선 자요, 나그네일 뿐이다.

■15세기의 주요 사건일지
▶ 1431 잔다르크 화형
▶ 1453 콘스탄티노플 함락
▶ 1453 구텐베르크 인쇄기술 완성
▶ 1488 아프리카 희망봉 발견
▶ 1492 콜롬부스 대항해 시작
▶ 1497 레오나르도 다빈치
‘ 최후의 만찬’ 완성


baekstephen@yahoo.com
백 승 환 목사
(예찬출판기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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